[트럼프 취임] 실체 드러내는 '강한 미국'…한국 경제 어디로

입력 2017-01-21 11:24   수정 2017-01-2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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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실체 드러내는 '강한 미국'…한국 경제 어디로

'미국 우선' 보호무역주의 강조…4% 성장률, TPP·NAFTA 탈퇴 시사

구체 정책은 아직…불확실성 커 한국경제 타격 위험요소 상존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하고 국정 기조가 실체를 드러내면서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트럼프는 20일(현지시간) 취임 연설에서 그동안 강조했던 것처럼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걸었다.

"우리의 일자리를, 국경을, 부를, 꿈을 되찾겠다"며 "단순한 두 가지 원칙은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무역, 세금, 이민, 외교 정책과 관련한 모든 결정은 미국 노동자와 가정이 혜택을 누리도록 이뤄질 것이라며 자국민 위주로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시사했다.

다만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한국을 비롯한 특정 국가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취임식 직후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10년 동안 2천500만개 일자리를 만들어 연 4% 경제성장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의 탈퇴 가능성도 강조했다.

베일에 싸였던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구체적인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정도로 청사진이 모두 공개되지는 않았다.

앞으로 드러나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따라 시장이 요동칠 불안요소가 배제되지 않은 만큼, 우리 정부는 시장을 주시하고 트럼프 정부와의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다.

◇ '자국 이익 우선' 트럼프…보호무역주의 강화 초읽기


이날 트럼프의 취임사에서 읽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향성은 '자국 이익 우선주의'다.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말은, 그동안 우리 경제가 우려했던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서막이 열린다는 의미다.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하면 중국 등 신흥국 경기가 냉각된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직격탄이다.

세계은행 통계를 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비중은 84.8%(2015년)로, 인근 국가인 중국(41.2%), 일본(36.8%)보다 훨씬 높다.

그동안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강력한 조처를 하겠다는 으름장을 여러 번 놨다.

한국은행은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줄면 한국의 수출은 0.36%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교역이 줄어들 가능성이 상당히 커짐에 따라 '새우 등 터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전망도 결코 낙관할 수 없다. TPP나 NAFTA를 실제로 폐기하면 연쇄효과로 한미FTA를 재협상할 가능성도 있다.


◇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요동치는 달러 가치


환율의 불확실성도 수출 위주인 한국 경제엔 불안 요인이다.

트럼프가 그동안 공언했던 것처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면 한국은 그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재무부는 작년 4월 한국을 환율 조작과 관련한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한국의 연간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302억 달러 수준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중은 약 7.9%로, 환율조작국 세 가지 기준 중 두 가지를 충족한 상태다.

만약 미국이 중국을 염두에 두고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을 완화하면 덩달아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관세·수입물량 제한 등 미국의 보복을 받을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도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는 "강한 달러가 우리를 죽인다"며 달러 강세를 공개 비판했다. 그러자 달러 가치가 한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트럼프의 한 마디에 엔화와 위안화, 원화 가치가 치솟는 등 전 세계 외환시장이 요동쳤다.

하지만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내정자가 최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달러 강세가 중요하다"며 배치되는 발언을 해 시장의 혼선이 가중됐다.

트럼프의 의지대로 달러를 약세로 가져간다면, 원화절상으로 한국 제품 경쟁력이 떨어져 경상수지 악화와 외환보유액 감소로 이어지는 연쇄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 美 금리인상 속도 빨라지면 1천300조 가계부채 '위태'


트럼프는 2천500만개 일자리 창출과 연 4% 경제성장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렇게 미국 성장 위주 정책을 쓰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준이 2∼3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장 정책은 인상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빠른 기준금리 인상은 신흥국에서 자본이 빠져나가는 등 세계 금융시장을 얼어붙게 할 수 있다.

한국은 경제 기초 체력이 비교적 튼튼한 편이지만, 소규모 개방경제인 탓에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발생하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국의 시장금리 상승으로도 이어져 1천300조원의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를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연간 9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이자 부담이 커지면 주택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고, 영세자영업자나 저소득층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 정부, 시장 주시하며 트럼프 행정부 접촉 강화



정부는 이날 트럼프의 취임식과 취임사를 주시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파악했으며 향후 트럼프 정부 인사에 대한 본격적인 전방위 접촉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각 기관 간 협업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대내외 경제·금융 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해 불안감이 증폭되면 즉각 대응할 방침이다.

필요하면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적기에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가교 구실을 할 특임대사 임명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환율·통상정책 등 관련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새 특임대사에는 국제금융·통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전직 고위관료 출신 인물 2∼3명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검토 중인 특임대사는 해외수주 외교활동 특임대사와는 기능이 다른 것"이라며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2vs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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