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등에서 모든 결정은 미국 이익 우선"…우리 정부, 긴장 속 주시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 우리나라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강한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다시 한 번 드러내 앞으로의 통상관계에 험로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사와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린 6대 국정기조에서 거듭 '강한 미국',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무역, 세금, 이민, 외교에 관한 모든 결정은 미국 노동자와 미국 가족의 이익을 위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6대 국정기조에선 '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상'을 하나의 기조로 내세우며 "엄격하고 공정한 무역협정"을 강조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 탈퇴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기존 무역협정 위반 사례를 조사해 정부 차원에서 단호히 조처하겠다고 공언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꼬집어 이야기하진 않았으나 선거운동 당시 한미 FTA를 '일자리를 빼앗는 협상'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던 것을 고려하면 폐기까진 아니라도 재협상 요구는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적인 통상정책의 변화를 꾀한다면 일단 1순위 타깃은 중국과 멕시코가 될 전망이다.
중국 언론은 트럼프의 취임식과 취임사를 일제히 보도하면서 후보 시절 때와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트럼프 취임 연설의 첫 번째 느낌은, 사용하는 단어가 엄격했지만, 그의 사상과 기조는 선거운동 때의 인식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라며 "연설 중 가장 큰 비중을 '원망과 비판'에 뒀다"고 논평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는 미국 산업을 희생시키면서 외국 산업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미국의 기간시설이 망가지고 썩어가는 동안 수조 달러의 돈을 해외에 쏟아부었다"며 자국 경기 침체의 원인을 다른 나라에서 찾았다.
이로 인해 중국 상품에 45%의 관세를 물린다거나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공약도 '공약(空約)'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든 중국과의 통상에서 무역장벽을 높게 쌓는다면 우리나라도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과 상계관세 세율이 높게 산정되는 원칙을 새롭게 적용할 경우 중국뿐 아니라 비슷한 가격의 한국 상품도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섬유산업처럼 중국을 통한 우회 수출이 주를 이루는 업종은 미국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미 대선 이후 예상되는 경제정책 변화의 영향과 우리의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통상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강력한 무역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한국산 수출품에도 수입규제 조사가 증가하고, 고율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TPP, 나프타 등 자유무역 재검토의 불똥이 한미 FTA로 튈 가능성도 있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협력실 차장은 "한미 FTA 협정 이행을 강조하면서 필요할 경우 압력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며 "법률시장 개방처럼 이행에 대한 시각차가 있는 경우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 변화를 주시하며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때와는 입장이 다를 것이라고 하는데 통상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변화되거나 진일보된 것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 대미(對美) 통상 실무작업반 회의를 개최하고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이후 나타날 수 있는 통상환경의 변화를 살폈다.
산업부 우태희 차관은 "미국 새 정부의 통상정책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미 통상 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특이상황 발생 시에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민관 공동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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