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뿌리' 문재인·안희정, 非文 겨냥한 영토 확장

입력 2017-01-22 07:00  

'친노뿌리' 문재인·안희정, 非文 겨냥한 영토 확장

文, 손학규계 이춘석과 막걸리 회동…친문색 빼고 '비문품기' 행보

안희정 "최근 친안파 무섭게 는다"…비문 흡수로 文 대세론 추격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야권의 비노(비노무현)·비문(비문재인) 진영이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는 상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같은 뿌리를 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비문진영으로의 '울타리 넓히기'에 과감하게 나서고 있다.

특히 안 지사가 "차차기 프레임에 나를 가두지 말라"면서 이날 공식 출마선언과 함께 정면승부 도전장을 던지면서 그동안 '적통 경쟁'을 벌였던 두 친노 인사의 경쟁이 이번에는 비문 끌어안기로 옮겨가면서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다만 양측의 '영토 확장' 움직임은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의 유력주자로서 선두를 지키고 있는 문 전 대표는 그동안 친문(친문재인)진영이 '폐쇄적'이라는 비판에 처했던 만큼 캠프에서 친문색을 빼고 외연을 확장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다. 비문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아 확장성과 통합의 이미지를 부각하겠다는 것이다.

안 지사의 경우에는 친문에 갇히지 않는 행보를 보여 대표선수를 잃은 비문진영의 '세'를 흡수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비문진영을 '친안(친안희정)' 세력으로 재편한다면 대세론을 형성한 문 전 대표를 추격할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도 엿보인다.

결국 당내 경선이 '문재인 대 다른 후보'의 대결로 압축된다는 판단 아래, 2강(强) 구도를 만드는 데에만 성공한다면 결선투표에서 승부를 걸 수 있다는 기대도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우선 문 전 대표는 최근 비문진영이자 손학규계 인사로 꼽히는 이춘석 의원과 2시간가량 '막걸리 회동'을 하면서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개호 의원과 김영록 전 의원에 이어 호남 유일 3선 의원인 이 의원까지 차례로 '포섭'에 나서는 듯한 모습으로, 그만큼 호남 민심을 적극적으로 가져오겠다는 행보로도 풀이된다.

이 회동에서 문 전 대표는 "비문진영의 우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런 우려가 현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비문인사들이 밖에서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합류해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주변 사람들과 더 얘기를 해보겠지만 문 전 대표의 고민도 이해가 됐다"며 "이제까진 비주류로 문 전 대표와 상대적으로 먼 인사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류·비주류를 떠나 모든 것을 열고서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같은 호남 의원인 이개호 의원도 문 전 대표 측을 사실상 돕고 있으며, 과거 친손(친손학규) 인사로 분류됐던 전현희 의원도 캠프에 합류해 직능 부분에서 일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손학규 전 대표와 가까운 이낙연 전남지사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됐던 윤장현 광주시장 등과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선 캠프 구성에서도 '친문색채 빼기'가 진행되고 있다.

친문색채가 옅은 박광온 의원이 캠프 공동대변인으로 있으며 여성 대변인 몫으로 비문진영 인사를 영입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는 후문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번에야말로 친문과 비문, 영남과 호남을 뛰어넘어 통합을 위한 후보로서의 면모를 보이겠다"고 말했다.





안 지사 역시 비문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과 서갑원 전 의원 등 '원조 친노'들이 잇따라 합류하며 문 전 대표와 '친노 적통경쟁'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지만, 이제는 거꾸로 비문진영으로의 외연확장에 경쟁이 붙는 듯한 모양새다.

실제로 안 지사는 최근 비문성향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모임'이 주관하는 토론회에 참석, 친문·비문을 막론한 의원 88명 앞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비문진영 인사인 안민석 의원이 안 지사를 도울 수 있다는 소리도 흘러나온다.

다만 안 의원은 통화에서 "안 지사와 친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 직능대표자회의 의장이라는 당직을 맡고 있는 만큼 경선이 끝나기 전에는 중립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특히 안 지사의 이런 행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김부겸 의원 등 비문 주자들이 지지율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갈 곳 잃은' 비문진영의 표심을 '친안(친안희정)' 세력으로 흡수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풀이된다.

안 지사는 토론회에서 "최근 무섭게 친안파가 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의 구도가 '문재인 대 다른 후보'의 구도가 되리라는 점에서, 결선투표제가 도입될 경우에 대비해서라도 비문진영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지금은 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당내 2강 구도이지만, 곧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2강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경선의 유일한 변수는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를 넘어설 수 있느냐 하는 것 뿐"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표의 경우 본선에 나가면 다시 '친문' 들만의 지지를 받지 않겠나"라며 "안 지사야말로 친문·비문을 모두 포용해 시대교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hysu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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