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지중지하는 자신의 안드로이드 휴대전화를 넘겨주고 대신 백악관 집무실에 있는 동안에는 암호화된 전화기(비화기)를 쓰게 될 것 같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의 휴대전화를 '라이너스의 담요'로 불렀다. 라이너스의 담요는 미국 만화 '피너츠'에 나오는 소품으로, 절대 떼놓지 않고 꼭 들고 다니는 물건을 지칭한다.
트럼프의 휴대전화에는 수백명의 연락처가 입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안상 이유로 이 전화를 더는 쓸 수 없게 됐다.
보안담당 관리들은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인 트위터 계정인 '@RealDonaldTrump'를 사용하지 말고 대통령 공식계정인 '@POTUS'를 쓰라고 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지인들에게 개인 휴대전화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알렸다.
하지만, 그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같은 방식으로 전화기를 사용할지는 확실치 않다.
오바마는 개인 휴대전화를 복잡하게 암호화한 블랙베리 스마트폰으로 바꿔 사용했다. 오바마 정부에서도 보안사고의 우려가 컸기 때문에 그의 블랙베리 전화기는 많은 기능을 막은 채로 썼고 번호를 아는 사람도 극소수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는 사무실에서 블랙베리 폰이라도 쓰게 된 것이 일종의 승리였다. 오바마는 나중에 아이폰으로 바꿔 그걸로 이메일을 주고받고 웹 검색을 하거나 뉴스 보는데 사용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통화할 때 휴대전화가 아니라 백악관 교환대를 통해 유선전화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메일을 쓰진 않지만, 알려진 대로 트윗을 하는데 스마트폰을 애용한다. 그는 취임 후에도 트윗을 계속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또 트럼프는 매일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으로 통화하고, 때로는 결정을 내릴 때 여러 소스로부터 전화로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밥 코커 공화당 상원 외교위원장은 "트럼프는 당선인 시절 모르는 전화번호가 떠도 그냥 받을 만큼 놀라울 정도로 접근이 용이했다"고 말했다.
AP통신 기자가 전한 일화도 있다.
트럼프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관여에 대해 정보기관 관리들에게서 브리핑을 받고 몇 시간 지나서 AP통신 기자가 그에게 전화하자 음성메시지로 넘어가더라는 것이다.
그 기자는 메시지를 남기지도 않았는데 한 시간쯤 후 트럼프가 '콜백'을 해왔길래 깜짝 놀랐다고 한다.
적어도 미국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정치인이라면 자기 전화에 찍힌 모르는 번호에다 다시 전화 거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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