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시대 선봉에 섰던 어른"…故박맹호 회장 빈소에 조문행렬

입력 2017-01-22 17:22  

"책의시대 선봉에 섰던 어른"…故박맹호 회장 빈소에 조문행렬

"문학적 출판, 출판적 문학의 아우라" 회고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22일 타계한 박맹호 민음사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는 출판계와 문단 안팎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지금은 출판계 원로가 된 '수요회' 멤버들은 빈소 한쪽에 모여 앉아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이 좌장 역할을 한 수요회는 1980년대 출판 환경 개선뿐 아니라 '출판인 17인 선언' 등으로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는 데도 힘썼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고인은 6월 항쟁의 와중에 출판의 자유를 선언한 '17인 선언'의 핵심 멤버였고 책을 통한 민주화 운동의 좌장이자 선배였다"며 "1970∼1980년대 책의 시대에 선봉에 선 분"이라고 애통해 했다.

역시 수요회의 일원이었던 이기웅 열화당 대표는 박 회장이 민음사를 통해 "문학적 출판, 출판적 문학이라는 독특한 아우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에 대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문학과 출판 사이에서 고민 끝에 출판을 택했다. 그러나 문학과 출판의 동시적 행위로 큰 물결을 이뤘다"며 "큰 별의 유산을 후배들이 잘 받아들이면 어마어마한 영양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종·신달자·도종환·문정희 시인과 성석제·하일지 소설가, 김병익·정과리 문학평론가 등 문인들, 고인이 절친했던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도 잇따라 조문했다.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직무대행도 빈소를 찾았다.

1990년대 베스트셀러 '경마장 가는 길'을 민음사에서 내며 문단에 나온 하일지 작가는 "선생이 아니면 내 문학은 없었고 나는 건달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작가는 "대학에서 안식년을 얻어 작년 여름 프랑스로 떠날 때 마지막이 될 것 같아 찾아뵙고 갔다. 왠지 한국에 오고 싶어 지난 18일 들어왔는데 어른이 떠나셨다"고 안타까워했다.

정과리 문학평론가는 1979년 등단 이후 처음 원고 청탁을 받은 게 민음사가 발행한 계간지 '세계의 문학'이라고 추억했다. 그는 "200자 원고지에 글을 써 와 종로2가 뒷골목에서 공중전화로 민음사 위치를 확인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촌놈처럼 볼품없던 제게 박맹호 선생이 가장 먼저 한 말은 '옷 좀 잘 입고 다녀라'였다"며 "가끔 놀러 가면 새로 나온 책을 주시고 문단의 존경하는 어른들을 뵐 수 있었다. 제가 문단에 첫발을 디딘 곳이 민음사 건물"이라고 말했다.

이한우 교보문고 대표, 정은영 자음과모음 대표, 최영일 영풍문고 대표, 강일우 창비 대표, 송영석 해냄출판사 대표, 김천식 반디앤루니스 회장, 정인철 프뢰벨 회장 등 출판계 인사들이 화환으로 조의를 표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 김동연 아주대 총장, 소병훈 국회의원 등 각계 인사들도 근조 화환을 보내왔다. 고인의 손녀로 SBS TV 'K팝 스타'에 출연했던 가수 박윤하의 소속사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의 황세준·김병선 대표이사, 가수 성시경·서인국 등의 조화도 눈에 띄었다.

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박맹호 회장은 한평생 오직 한 길, '책을 사랑하고 만들고 사라져 간' 영원한 출판인이었다. 일평생을 통해 우리 출판계의 토양을 풍요롭게 일궈왔으며 책이 사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책이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리라는 고인의 믿음을 온 국민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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