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가 코앞인데…고척돔 잔디 위로 지게차가

입력 2017-01-23 05:01  

WBC가 코앞인데…고척돔 잔디 위로 지게차가

MLB 구장 전문가 "수익 사업이지만 잔디 수명 줄어들어"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지난 22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는 서로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장면이 동시에 연출됐다.

내야 마운드에서는 보수 공사가 한창이었지만 외야에서는 대형 이벤트를 치른 후 해체 작업을 하느라 중장비가 오가고 있었다.

고척 스카이돔에서는 오는 3월 6일부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 라운드가 열린다. 한국 최초이자 유일한 돔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의 존재 덕분에 WBC 1라운드를 유치할 수 있었다.

한국 야구의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끌 이번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KBO는 메이저리그(MLB) 구장 유지 관리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자 MLB 자문위원인 머레이 쿡(56)을 초빙했다.

닷새간의 일정으로 방한한 쿡이 그라운드 정비 작업에 나선 첫날인 이날 외야 한편에서는 대형 이벤트를 위해 세워둔 거대 철제 구조물 해체 작업이 진행됐다.

시간대가 다르긴 했지만, 내야에서는 최고의 그라운드 상태를 조성하기 위한 정비 작업이, 외야에서는 대형 기중기가 쉴새 없이 움직이고 지게차 수 대와 수십 명의 인력이 외야 잔디를 가로지르며 시설물을 구장 밖으로 날랐다.

WBC 개막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아 준비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에 대회 개최지인 고척 스카이돔이 야구와 전혀 무관한 시설로 운영되고 있는 것에 대해 쿡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어차피 수익 사업의 일부다. 미국에서는 야구장에서 아이스하키 경기를 치르기도 한다"며 "운영 수입의 목적으로 이벤트가 진행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였다.

그는 "그래도 다행인 것은 플라스틱 타일을 잔디 위에 까는 등 적합한 장비를 활용해서 잔디를 덜 훼손하는 방법이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고척 스카이돔이 인조잔디라서 더더욱 복합문화시설로 활용 빈도가 높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5년 11월 개장한 고척 스카이돔은 서울시에서 세금이 투입된 구장 시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처음부터 야구 경기와 문화 공연을 동시에 치르는 구장이라는 개념을 잡았다.

고척 스카이돔을 홈 구장으로 쓰는 넥센 히어로즈는 일일 대관 형식으로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쿡은 "구장 관리 담당자도 '그라운드 키퍼'보다는 이제는 '이벤트 매니저'에 가까워졌다"며 "야구장에서 행사가 열렸을 때 사후 관리를 맡는 등 책임지는 면이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다.

그는 "여기가 인조잔디이고, 또 아무리 올바른 방법으로 잔디 훼손을 최소화한다고는 하지만 야구장을 이런 식으로 계속 이용하게 되면 잔디의 수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이는 선수들의 안전에도 분명히 위험요소"라고 지적했다.

미국 버지니아 출생인 쿡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필드 유지 전문가로 꼽힌다. 시드니(2000), 아테네(2004), 베이징(2008) 올림픽이 모두 그의 평가를 거쳤다.

지난 2014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호주 개막전에서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를 번듯한 야구장으로 탈바꿈시킨 것도 그의 작품이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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