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때 일하던 시계공장서 출마선언…文과 '사드' 차별화
어머니와 형제 등 가족 대동…'사회적 약자' 가족사 강조
(서울·성남=연합뉴스) 이광빈 김동호 기자 = 이재명 성남시장이 23일 '대한민국 최초의 노동자 출신 대통령'을 내세우며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출마선언 장소로 택한 경기도 성남의 오리엔트 시계공장은 이 시장이 15세 '꼬마 노동자' 신분으로 1979년부터 2년간 일했던 곳이다.
이 시장이 출마 선언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1976년 봄부터 깔끔한 교복 대신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걸친 채 어머니 손을 잡고 공장으로 향했다"고 회상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분당과 판교를 끼고 있는 성남시의 시장을 맡고 있지만, 사회적 약자의 삶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이 시장은 '촛불 민심'이 최고조에 이를 때 광장의 지지를 바탕으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지지율을 턱밑까지 쫓아가는 등 야권의 다크호스로 떠올랐으나 이후 주춤거린 상태다.
따라서 이 시장은 이날 대선 출마를 공식화함으로써 약화된 돌풍을 되살려 '문재인 대세론'을 깰 수 있는 제2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이 시장은 무엇보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철회라는 분명한 입장을 재확인하며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재벌개혁에 대한 선명성도 강조했다.
이 시장은 "사드 배치는 잘못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철회해야 한다"며 "재벌과 아무 연고도 없는 저야말로 재벌체제 해체로 공정경제를 만들 유일한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 역사상 가장 청렴 강직한 대통령 ▲ 약자를 위한 대통령 ▲ 친일 독재 부패를 청산한 첫 대통령 ▲ 금기·불의·기득권에 맞서 싸우는 대통령 ▲ 약속을 지킨 대통령 등을 내세웠다.
이 시장은 출마선언식에 가족을 대동해 눈길을 끌었다. 어머니를 비롯해 요양보호사와 청소회사 직원, 환경미화원 등으로 일하는 형제들을 소개하는 등 가족사를 이야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이는 자신의 가족이 사회적 약자로 살아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셋째 형의 형수를 상대로 한 욕설 녹음 파일에 대해 자연스럽게 해명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이 시장은 "한 때 가장 사랑했고 가까웠던 셋째 형님, 안타깝게도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다"며 "성남시장이 된 후 시정에 개입하려는 형님을 막다가 의절과 수모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의 모든 판단과 행동과 정책은 제 삶의 경험과 가족 이웃의 현실에서 나온다"면서 "약자의 희생으로 호의호식할 수 없었고, 빼앗기지 않고 누구나 공정한 환경에서 함께 잘 사는 것이 저의 행복이기 때문에 저는 저의 행복을 위해 싸웠을 뿐"이라고 말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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