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퍼스트 외치면서 호텔 수입 올리면 온당할까" 의구심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업체가 외국정부로부터 얻는 수입은 위헌이라며 저명한 헌법학자 등이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싱턴의 책임·윤리를 위한 시민들'이라는 단체는 23일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소송을 낼 계획이다.
원고 중에는 로런스 H.트라이브 하버드대학 헌법학 교수, 노먼 아이젠 오바마 행정부 윤리담당 변호사, 어윈 셔머린스키 어바인캘리포니아대학 법과대학장, 디팍 굽타 대법원 송무담당관 등이 포함됐다.
소송 취지는 트럼프 가문이 해외 또는 미국내 보유한 호텔이나 골프장, 부동산 등을 통해 외국정부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입이 헌법상 '보수 조항(Emoluments Clause)'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소송 원고들은 트럼프가 취임 일성으로 외친 '아메리카 퍼스트'와 관련해 트럼프의 회사가 외국정부로부터 상당한 이득을 얻는다면 그가 과연 미국 우선주의 원칙을 지킬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애초 해당 헌법 조항은 미국 연방 관리들이 외국정부로부터 얻는 이득이 부패를 야기할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여기서 외국 정부로부터 얻는 수입이란 호텔·골프장 고객의 숙박료·이용료, 부동산 임대료 등을 포괄할 수 있다.
제퍼 티치아웃 포드햄대학 교수는 일례로 중국 정부가 뉴욕 트럼프타워의 공간을 상당부분 빌려 임대료를 내면서 로비를 벌이는 상황을 꼬집었다.
티치아웃 교수는 "트럼프 회사와 거래를 튼 외국정부가 무역이나 군사정책에 있어 사업거래를 지렛대로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 여기는 건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두 아들에게 트럼프그룹 경영을 맡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룹 자산을 처분하지는 않았다.
차남 에릭 트럼프는 트럼프 가문 소유 호텔이 외국정부로부터 올리는 수입은 전액 미국 국고에 귀속시키기로 합의했다면서 "(이번 소송은) 순전히 정치적 이득을 노리고 괴롭히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아이오와대학의 앤디 그리올 교수는 "트럼프호텔이 올리는 수입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법인에 귀속되는 것이어서 헌법상 보수 조항을 위배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고 적격 문제도 있다. 소송을 낸 당사자가 트럼프 사업체의 위헌적 행위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본 사실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이 트럼프가 줄곧 공개를 거부해온 납세자료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의도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번 소송을 내는 단체는 트럼프의 호텔이 워싱턴DC 옛 우체국 부지를 리스해 사용 중인 것과 관련해서도 연방조달청(GSA)에 소송을 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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