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평화적 촛불시위, 미국이 배울 차례"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한반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평화통일 운동에 연대하고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제임스 윙클러 미국교회협의회(NCCCUSA) 회장 겸 총무는 23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북미 관계 악화를 우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교회협의회는 에큐메니컬(교회일치와 연합) 노선을 표방하는 미국 내 38개 교단이 속해 있다. 미국 내 최대 교단 협의체로서 인권운동과 반전·반핵운동 등에 앞장서 왔으며 국제적으로도 활발한 연대활동을 펼쳐왔다.
윙클러 총무는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와 NCCK 관계자들을 만나 한반도 평화문제와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8일 5박 6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한했다.
리퍼트 전 대사는 지난 19일 윙클러 총무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쿠바가 관계 개선을 이룬 것처럼 오바마 정부 시절 북한과 평화조약을 맺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고 윙클러 총무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함에 따라 앞으로 북미 관계는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윙클러 총무는 "트럼프 정부에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철회하고 한반도 평화조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했다"며 "아울러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은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초 미국교회협의회 대표단이 북한과 남한을 방문하고 평화의 사절단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반(反)이민법 등 인종차별적 정책과 경찰의 공권력 남용, 사회안전망의 약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희망과 화합의 비전이 없고 일방적이고 사람을 갈라놓는 언어를 쓴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윙클러 총무는 "기독교 복음의 본질은 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다. 만민이 하나님의 자녀"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 어떤 정부와도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게 미국교회협의회의 기본적 입장"이라면서 "다만 반인권적이고 차별적인 정책이 있을 땐 언제든지 맞설 각오도 돼 있다"고 밝혔다.
윙클러 총무는 "타락한 정부에 대항해 한국인들이 평화적 시위에 나선 모습이 존경스러웠다"며 "이제 우리(미국)가 배울 차례"라고 덧붙였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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