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뇌물수수자이면서 공여자"…특검 '이중 구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61·구속기소)씨 '대통령 옷값 대납' 의혹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최씨가 뇌물수수와 뇌물공여 혐의를 동시에 받는 다소 복잡한 법리적 상황이 연출돼 눈길을 끈다.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등 비위 의혹을 파헤치는 박영수 특검팀은 최근 최씨가 박 대통령의 옷값을 오랜 기간에 걸쳐 대신 냈다는 의혹에 관한 수사에 새로 착수했다.
특검팀은 2013년 2월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최씨가 대신 지불한 옷과 손가방 등 액세서리값이 수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최씨가 1998년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당선 이후 지속해서 옷값을 대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그룹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 뇌물 의혹 진상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해온 특검팀은 애초 옷값 대납 의혹을 '곁가지' 사안으로 보고 본격 수사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이런 기류에 변화가 생겼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 의혹에 관한 보강 수사 차원에서 옷값 대납 의혹도 수사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 최씨를 둘러싼 의혹을 전방위로 파헤치면서 뇌물죄 적용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런데 옷값 대납 의혹과 삼성그룹을 둘러싼 뇌물 의혹에서 최씨는 법리적으로 다른 성격의 행위자로 인식될 수 있다.
특검팀은 옷값 대납 의혹 사건에서 최씨를 뇌물공여 혐의자로, 박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자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박 대통령의 영향력을 이용해 각종 이권 등을 챙길 목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수억원대 금품을 제공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달리 특검은 삼성 뇌물 의혹 사건에서는 박 대통령과 최씨를 함께 뇌물 수수 혐의자로 본다.
박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해 삼성그룹에 자금 지원을 요구해 미르·K스포츠재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독일 유령회사 비덱(코레스포츠의 후신)에 총 430억원의 지원을 받아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특검팀은 최순실씨가 뇌물공여자와 뇌물수수자라는 이중적 법적 지위를 부여해 적용 법리를 구성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두 개의 사건의 성격이 다른 만큼 각각 다른 법리를 적용하는 데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검팀 핵심 관계자는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옷값을 지속해서 대 줬다면 최씨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최씨와 박 대통령이 공모해서 다른 사람의 금전을 받는 한편 둘 사이에서도 청탁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특검팀이 '옷값 대납' 의혹을 밝히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 측의 윤전추 행정관이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나와 대통령으로부터 옷값이 든 봉투를 담아 의상실에 전달했다고 증언하면서 '대납 의혹'을 부인한 바 있고, 특검 출석 자체를 거부하는 최씨가 향후 조사 과정에서 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작다.
아울러 최씨가 옷값 등을 치르는 데 철저히 현금만을 쓴 것으로 알려져 핵심 내부 관계자들의 추가 진술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옷값 출처 등의 규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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