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의결 요구권, 사립유치원 경영자에게 있어"…법 규정 맹점 논란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충북도교육청이 어린이집 원장을 겸직한 사립유치원장을 파면 의결하는 과정에서 적법하지 않은 권한을 행사했고, 이에 따른 파면 요구 처분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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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도교육청이 면밀한 검토 없이 징계 절차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법 규정에 맹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청주지법 행정부는 지난 19일 사립유치원장인 박모씨가 지난해 충북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파면 요구 처분 무효 등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23일 파악됐다.
재판부는 "사립학교법상 관할청(도교육청)은 사립유치원 경영자에게 (원장 등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교원의) 징계 요구를 할 수 있을 뿐 직접 교육공무원징계위원회에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징계 의결 요구는 권한 없는 자(도교육청)에 의한 것으로 그 효력이 없다고 봐야 하고, 징계 의결에 따라 (자신을) 징계 처분하라고 원고에게 통지한 것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교원 징계 권한과 징계 의결 요구 권한은 사립유치원 경영자에게 있다.
사립유치원 경영자는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교원이 있을 때 충분한 조사 후 교육공무원징계위에 징계 의결을 요구하고, 징계위가 징계를 의결했을 때 그 결과를 받아 15일 이내에 징계 처분해야 한다.
관할청은 징계 사유가 있는 교원과 관련, 사립유치원 경영자에게 징계를 요구해 징계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징계 의결 내용이 사유에 비춰 가볍다고 인정되면 징계 처분 전 징계위에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도교육청이 어린이집 원장을 겸직해 국가공무원법상 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 등 조항을 위반했다고 밝힌 박씨에 대해 교육공무원징계위에 직접 징계 의결을 요구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의 판결로 보인다.
박씨는 유치원 설립·경영자이자 원장이다.
이번 사건처럼 사립유치원 경영자가 곧 원장인 경우 소속 교원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에 대해 "처벌해 달라"며 도교육청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에서 법의 맹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도교육청은 박씨가 어린이집 원장을 불법 겸직했고, 처우 개선비 1천800여만원도 부당 수령했다며 지난해 4월 교육공무원징계위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고, 징계위는 그해 6월 파면으로 의결했다.
도교육청은 같은 달 "징계위로부터 파면 의결을 받았으니 새 원장 임용 사항을 보고하라"는 등의 취지로 박씨에게 파면 처분 요구 통지를 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판결문을 못 봤다"면서 "교육감도 사립유치원 교원에 대해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을 거쳐 절차를 밟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반드시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하는 사안인 만큼 판결 내용을 확인한 뒤 경영자이자 교원(원장)인 박씨에게 자신의 징계 의결을 요구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를 밟아 위법 행위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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