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욕의 무대 세계선수권대회…통산 3번째 금메달 도전
지난해까지 출전 여부 고심…인천시 지원 약속에 결심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박태환(28)이 6년 만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출전을 선언했다.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한국인 선수로는 유일하게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메달을 보유한 박태환은 23일 인천 남구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는 게 목표"라고 밝혀 대회 출전을 공식 선언했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올림픽과 더불어 수영 선수에게 최고 권위를 지녔고, 새로운 스타와 신기록이 끊임없이 탄생하는 무대다.
대회는 홀수 해마다 열리며, 올해는 7월 14일부터 30일까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태환은 지난해 12월 쇼트코스(25m) 세계수영선수권대회 3관왕을 차지했을 때까지만 해도 올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출전 여부를 정하지 않았다.
대회 출전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도 적지 않고, 2019년에는 올림픽을 1년 앞두고 안방인 광주에서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리기에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인천시는 박태환에게 올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와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자신감을 회복한 박태환도 출전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태환에게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세계정상 정복을 알린 무대였다.
2007년 호주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대한민국 수영선수로는 최초의 메달을 '금'으로 장식하며 변방에 머물던 한국 수영에서 기적을 일궜다.
그 기세를 몰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환은 '마린 보이'라는 애칭과 함께 국민 영웅이 됐다.
좌절을 모르던 20대 초반의 박태환이 아픔을 맛본 곳도 세계수영선수권대회다.
이리저리 구설에 시달린 박태환은 2009년 이탈리아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주 종목 자유형 400m에서 예선 탈락했고, 200m와 1천500m도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박태환은 2011년 중국 상하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해 세계정상을 입증했다.
당시 박태환은 라이벌 쑨양(중국), 파울 비더만(독일) 등 세계 정상급 선수를 모두 제치고 우승했다.
박태환은 201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훈련 기간 부족을 이유로 출전하지 않았고, 2015년 러시아 카잔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2014년 말 도핑 적발로 인한 국제수영연맹(FINA) 징계로 불참했다.
2014년 9월부터 시작된 18개월의 선수자격 정지, 그리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전 종목 예선 탈락으로 박태환도 세계 수영 중심에서 밀려났었다.
이제 수영 선수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박태환이 올 7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2020년 도쿄 올림픽 전망을 밝히는 것도 가능하다.
박태환은 "마음 같아서는 200m와 400m 모두 우승하고 싶지만, 400m는 올림픽에서 우승도 했던 상징적인 종목이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400m 우승으로 리우올림픽 부진을 씻고 싶다"면서 "쑨양에 대한 질문이 자주 나오는데, 물론 이기고 싶지만 400m에서 기록을 내는 게 먼저다. 기록만 잘 나오면 그에 맞춰서 (메달이) 목에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대회 목표를 밝혔다.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200m와 400m를 포함해 100m, 1천500m까지 우승한 박태환은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선택과 집중할 전망이다.
그는 "100m도, 1천500m도 있다. 작년 캐나다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때 좋은 성적을 내서 욕심도 난다"면서 "수영에서 마라톤과 같은 1천500m는 다른 경기 성적에 대한 부담 때문에 고민이다. 일단 200m와 400m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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