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희 "장하다는 엄마 말에 울음"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그냥 며칠간 어안이 벙벙했어요. 제 생활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갑작스러운 반응에 불안하고 무서워서 잠이 안 오고 살도 빠졌어요."
뛸 듯이 기쁘다고 할 줄 알았더니 예상 밖의 소감이다.
새해 음원차트에서 제대로 사고를 친 인디 혼성 듀오 신현희와김루트(신현희, 김루트)의 얘기다.
이들이 2015년 2월 발표한 '오빠야'가 2년 만에 각종 음원차트에 진입하더니 지난 20일 엠넷닷컴 1위에 등극했다. 지난해 한동근과 볼빨간사춘기에 이은 차트 '역주행'의 새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이다.
신현희(24)는 24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차트는 지금껏 우리와 상관없어 보고 살지 않았다"며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노래가 많은 사람에게 불리고 차트에 오르니 무서웠다. 배부른 소리라고 할 텐데 소중한 노래가 반짝하고 사그라지는 유행이 되지 않을까, 이런저런 걱정을 하느라 며칠간 잠을 못 잤다"고 웃었다.
또 "뮤지션의 길을 반대하는 엄마와 한동안 관계가 소원했는데 어제 '장하다'는 카톡을 받고 오랜만에 연락했다"며 "내가 '엄마'라고 부르자 엄마도 나도 울었다"고 수줍게 말했다.
2012년 결성된 신현희와김루트는 2014년 첫 싱글 '캡송'으로 데뷔했다. 보컬 겸 기타 신현희(보컬 겸 기타)와 김루트(베이스)로 구성됐으며 자신들을 '기똥찬 오리엔탈 명랑 어쿠스틱 듀오'라고 소개한다.
신현희의 자작곡인 '오빠야'는 변칙적인 리듬 전개와 복고적이면서도 경쾌한 사운드가 참신한 곡으로, 좋아하는 오빠를 향한 소녀의 마음이 재기발랄한 가사에 담겼다. '캡송'의 연장선에 있는 듯 신현희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연기하듯 노래했다. 애교스러운 경상도 사투리 제목부터 정겹다.
이 곡의 역주행 진원지는 아프리카TV의 미녀 BJ(방송진행자)인 '꽃님'의 인터넷 방송으로 알려졌다. 꽃님이 인터넷 방송에서 '오빠야'를 부른 장면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며 역주행의 촉매제가 됐다.
다음은 신현희와의 일문일답.
-- 반응을 실감하나.
▲ 이전처럼 똑같이 운동하고 카페에 놀러 다녀 생활에 변화는 없는데 친구들과 소속사 식구들이 축하해준다. 자주 가는 카페 매니저가 '역주행을 축하한다'며 케이크를 주더라. 신기했다. 김루트 오빠가 전화해 '우리 어떡해, 너무 고맙다'고 말하길래 '마음이 붕 떠 있으면 안 될 것 같으니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다.
-- 지금껏 차트 100위권에 든 적이 있나.
▲ 차트에는 유명 가수들의 노래만 진입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살았다. 음반을 내고 '차트에 올랐을까'란 기대를 한 적도 없다. 실망할 수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잘되는 것만 봤지, 우리한테 생기는 일일지 상상도 못 했다.
-- 2년 전 곡이 차트 역주행을 한 이유는.
▲ 사실 BJ 꽃님이 '오빠야'를 부른 영상이 페이스북에 떴을 때 별생각이 없었다. 우리 노래를 다른 BJ가 부른 적도 있어서 '그분이 인기가 많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알지도 못한다. 그런데 그 방송 이후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페이스북에 친구 추가와 메시지가 몇백 개 와 있었다. 원곡에 대한 관심 덕인지 우리 라이브 영상에도 '좋아요'가 몇만 개, 댓글도 몇천 개였다. 누운 채로 휴대전화를 몇 시간 들여다봤다. 그분에게 감사했다.
-- 팀 결성 과정은.
▲ 고향이 대구다. 의상디자인으로 유학을 가려다가 대학에 입학했는데 내가 생각한 공부가 아니었다. 그래서 유튜브 영상을 보며 기타를 독학으로 연습했고 몇 곡을 유튜브에 올렸는데 반응이 좀 있었다. 대구에서 혼자 길거리 공연을 하던 중 음악 하는 분들을 알게 됐고 그때 김루트 오빠와도 인연이 됐다. 홍대에서 음악하고 싶어 2012년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궁화호 기차비 5만원만 들고서 상경해 이렇게 오래 됐다. 김루트 오빠와 팀을 이뤘고 팀명도 처음 '신현희'에서 '신루트'를 거쳐 신현희와김루트가 됐다.
-- 왜 자신들을 '기똥찬 오리엔탈 명랑 어쿠스틱 듀오'라고 소개하나.
▲ 공연이나 방송, 어디서든 이렇게 인사한다. 활동하면서 들은 말들을 더했다. '기똥차다', 창을 배운 목소리처럼 동양적인 느낌(오리엔탈)이라는 평을 들었고 둘의 성격이 명랑하고 어쿠스틱 기반의 음악을 하니 이걸 합했다.
-- 귀에 착착 감기는 '오빠야'가 만들어진 과정은.
▲ 루트 오빠는 음악을 배웠지만 난 의상디자인을 해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이 아니다. '오빠야'도 즐겨 가던 카페에서 코드 개념도 모르는 기타를 마음대로 치면서 만들었다. 발랄한 코드 진행이 떠올라 남녀가 '썸' 타는 내용을 넣어 후다닥 만들었다.
-- 지금은 집안에서 뮤지션의 길을 인정해주나.
▲ 엄마가 의상 디자이너여서 나와 여동생이 그 뒤를 이으려 했다. 그래서 음악 하는 걸 엄청나게 싫어하셨다. 인생 처음으로 내 선택을 말했는데 반대하시길래 서울에 와서도 1년 반가량 잠수를 탔다. 기획사에 들어가 공연 활동을 활발히 하자 포기하셨고, 2015년 10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갔을 때 비로소 집도 구해주고 기타를 사라고 돈도 주셨다. 그전까진 엄마가 성격이 강해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안 주셨다. 최근에도 한동안 연락이 소원했는데 어제 카톡으로 '장하다'고 처음 칭찬해주셨다. 전화를 걸어 '엄마'라고 말하는 순간 눈물이 나더라. 엄마도 나도 울었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 지난달 싱글 '다이하드'를 냈고 2월 11일 서울 노원구 플랫폼창동 61에서 '순수시대'란 제목으로 공연한다. 바빠지고 좋은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연초부터 꿈 같은 일이 생겼으니 올 한해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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