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정치입문 쉽게 생각…막연히 누구 만난다고 문제 해결 안돼"
대선·총선 동시실시론에 "민주주의 발전과정 모른다…동의못해"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서혜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23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정치란 게 입문이 쉽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너무 판단이 빠르지 않았나 본다"며 "정치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잠깐잠깐 한국에 들르긴 했지만 10년 동안 한국에서 떨어져 있었고 정치를 처음 시작해보는 것 아니냐"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김 전 대표는 반 전 사무총장이 자신을 포함해 정치권 인사들 접촉에 대한 광폭행보에 나서고 있는데 대해 "모든 것을 다 스스로 개척해야지, 막연하게 누구를 만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며 "마음이 급하니 이런저런 소리를 많이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 전 총장 주변에 MB(이명박 전 대통령)측 인사들이 포진한데 대해 "세상을 잘 모르고 편리하게 생각하다 보니 그쪽 사람들이 드나들며 이러구 저러구 이야기를 하니까 편한 쪽으로 간 거지…"라며 "정치가 그렇게 편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과 지난 21일 전격 회동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도 김 전 대표는 반 전 총장 측을 향해 "그게 뭐 자기들에게 특별히 도움이 된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며 "난 관심도 없으니까 그 내용은 물어봐야 아무 (할) 얘기가 없다"고 하다가 질문이 거듭되자 "만나봐야 의미가 없는데 뭘 만나느냐. 안 만났다니까…"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귀국절차를 간단하게 하고, 국내 정치 사정과 기류가 어떻다는 것을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에서 행동을 했으면 좀 낫지 않았을까. 그게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주변 사람들이 처음부터 기세를 올려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집착하다 보니 지금과 같은 상황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하철 표 사려고 2만원 넣고 잘 안되니깐 '저도 파리에 가서 지하철을 타는데 실수할 수 있지 않냐'고 했다는데, 나라를 책임지고 운영하겠단 사람이 그런 식의 반응을 보이면 안된다는 단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김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이 개헌을 통한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르자고 제안한 데 대해서도 "선거를 소모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민주주의 발전과정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며 "대통령 임기 중간에 총선을 하려면 대통령 업적 평가를 하게 되니 잘못된 것을 시정하고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런 민주주의 비용은 얼마든지 대도 된다"며 "민주주의 발전을 단순논리로 생각하고 경비절약 해야겠다는 생각하니까 그러는 건데, 선거를 합치는 게 능사라는 데 동의못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반 전 총장이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무슨 진보니 보수니 나눠서 이야기할 시대는 이제 지났다. 국민이 굉장히 성숙해 있다는 걸 전제로 이야기해야 한다"며 "수사학적으로 자꾸 이야기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그러면서도 반 전 총장의 향후 정치적 파괴력에 대해선 "본인에게 달린 상황이다. 앞으로 자기의 입장을 어떻게 다시 정립해 국민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를 두고봐야 알 것"이라며 "단적으로 이야기할 수가 없다. 지금부터 이후 상황 변화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반 전 총장과 같이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하지 않은 채 "내가 킹메이커는 안 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내가 뭘 하기 위해 세력을 만드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전 대표는 제3지대론으로 대변되는 정치권의 빅뱅 가능성에 대해 "우리나라와 같이 격변이 빨리 일어나는 곳에서 남은 기간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빅뱅이 일어나나 안 일어나나 기대해보라"고 미묘한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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