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선물 매출 환란 이후 처음 줄어들어
팔리는 건 1만~3만 원대 뿐…양말세트 매출 두 배로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경기 불황과 정국 혼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등의 영향으로 유통업계의 연중 가장 큰 대목인 설 선물 시장이 얼어붙었다.
아직 설이 며칠 더 남았지만, 특히 백화점의 경우 지금까지의 선물 판매 실적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었을 정도다.
백화점 설 선물 매출이 뒷걸음질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반면 청탁금지법 규제와 무관한 양말 등 '5만 원 이하' 선물만 불티 날리게 팔리고 있다.
24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설 선물 매출(사전예약 판매 포함)은 지난해 같은 기간(설 전 일 수 기준)보다 1.2% 줄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고가 상품군인 한우세트 등 축산(-9.5%), 과일(-8.8%), 굴비(-18.3%) 등의 타격이 컸다.
현대백화점에서도 작년 12월 26일부터 지난 22일까지 설 선물 매출(사전예약 포함)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9.1%나 줄었다.
역시 정육(-13.1%), 수산(-12.4%), 청과(-11.2%)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백화점 업계는 이런 설 대목 실적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롯데백화점 한 차장급 관계자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에는 설 선물 실적이 전년보다 감소했을 수도 있지만, 설 선물 매출이 역성장한 것은 입사한 이후에 처음 경험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 설까지 며칠 더 남아 있어서 최종 실적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0.5% 정도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한 가닥 희망을 놓지 않았다.
감소율이 현재 9%에 이르러 최종 실적도 '마이너스(-)'가 확실시되는 현대백화점 관계자도 "설 선물 매출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이후 설 선물 매출이 줄어든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신세계의 상황은 좀 낫지만 기뻐할 수준은 아니다. 작년 12월 15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사전예약 판매분을 포함한 신세계의 설 선물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 늘었다.
대형 할인마트의 부진도 심각하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12월 8일부터 이달 21일까지 45일간 설 선물 매출(사전예약 포함)은 작년 설을 1주일 앞둔 45일간의 매출보다 3.2%나 적었다.
롯데마트의 작년 12월 5일부터 이달 21일까지 42일의 설 선물 매출은 1년 전보다 줄지는 않았지만 불과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올해 유통업체의 설 선물 판매 추이에는 5만 원이 넘는 선물을 금지한 '김영란법'의 영향이 그대로 반영됐다.
롯데백화점에서 전체 설 선물 매출은 줄었지만, 5만 원 이하 선물만 보면 53.4%나 늘었다.
마트에서 주로 팔리는 선물도 양말 등 1만~3만 원대가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롯데마트에서는 양말 선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105.7%↑)에 이를 정도다. 비교적 값이 싼 커피(5.6%), 스낵(4.7%), 참치 등 가공식품(8.4%)의 증가율도 전체 평균(1.2%)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처럼 '소비절벽'을 절감한 유통업체는 초조함 속에 설을 앞두고 막판 '떨이' 세일에까지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6일까지 '설 마지막 5일 블랙위크'를 열어 설 선물세트를 정상가보다 20~70% 싸게 내놓고, 현대백화점도 27일까지 15개 모든 점포에서 선물세트를 5~30% 할인하는 '설 선물세트 특별 할인전'을 진행한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17년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3으로 작년 12월보다 0.8포인트(p)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75.0) 이후 7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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