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국에 대러시아 관계 주도권 빼앗기면 안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앞서 유럽연합(EU)이 먼저 러시아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로디 전 총리는 23일 발행된 일간 라 스탐파와의 회견에서 "미국 신임 대통령으로 취임한 트럼프가 지난 며칠 간 한 이야기에 비춰볼 때 그의 의도는 유럽을 더 분열시키는 것"이라며 "하지만 유럽은 트럼프의 이런 의도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낡은 동맹'이라고 깎아내리고, 영국의 EU 탈퇴를 지지하는 등 EU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높이 평가하며 '친러 노선' 채택 전망을 노골화했다.
프로디 전 총리는 이에 대해 "유럽은 트럼프의 이런 책략에 서둘러 대응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러시아 제재를 미국에 앞서 먼저 해제함으로써 트럼프에 반격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가 EU를 제치고, 러시아와의 관계에 주도권을 쥐게 해서는 안된다"며 러시아 제재 해제에 있어 유럽이 선수를 쳐야 할 전략적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3월 크림 주민들의 러시아 귀속 결정 주민투표 결과를 근거로 반도 병합을 단행했으며,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이를 강력히 비난하며 러시아에 대해 각종 제재 조치를 취했다.
프로디 전 총리는 아울러 유럽과의 관계에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현재와 같은 시점에 아무도 EU 임시 정상회담을 요구하지 않는 것에 놀랐다며 "유럽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그는 특히 EU의 맹주인 독일이 유럽의 분열을 부추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독일이 유럽을 버리고, 독자적으로 행동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프로디 전 총리는 이탈리아 좌파를 대표하는 인물로 1996∼1998년, 2006∼2006년 등 두 차례 이탈리아 총리를 지냈고, 1999∼2004년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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