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포드·피아트, 트럼프 위협에 투자계획 '재포장'"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미국에서 고용을 늘리라고 자동차 회사들을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GM과 포드, 피아트 크라이슬러의 최고경영자들을 만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디트로이트의 빅3 자동차 제작사들과 아침 식사를 함께하면서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23일 말했다.
자동차 업계의 빅3 CEO들이 함께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비 기준의 대폭 상향을 추진했던 2011년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포드의 멕시코 투자 계획을 공격했으며 당선 이후에도 트위터를 통해 자동차 회사들을 압박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외국 기업들은 잇따라 미국 투자와 일자리 창출 계획을 부각해왔다.
이달 초 포드는 멕시코에 16억 달러짜리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취소하고 미시간 공장에 7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GM은 올해 미국 공장에 1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 1천개를 창출 또는 유지한다고 지난주 밝혔다.
피아트 크라이슬러는 중서부 공장 2곳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새 일자리 2천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동차 업계가 트럼프를 어떻게 상대할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노동조합 위원장들은 공장 일자리 재배치 논의를 위해 회사로 불려왔다. 이사들은 새 트럼프 정부의 인맥을 찾고 있다.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을 모니터하는 태스크포스도 생겼다.
마크 필즈 포드 CEO는 이달초 디트로이트 오토쇼의 한 디너파티에서 트럼프를 더 잘 이해하려고 그의 책 '거래의 기술'을 다시 읽었다고 말했다.
포드 창업자 헨리 포드의 후손인 빌 포드 이사회 의장은 지난여름 트럼프의 강경 발언을 누그러뜨리려 맨해튼으로 찾아갔었다. 그는 소형 링컨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생산을 멕시코로 옮기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포함해 선거 이후에도 트럼프와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GM의 메리 배라 CEO는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트럼프에게 전화해 이를 미리 알렸다. 이 전화통화는 몇 주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었다.
배라는 트럼프의 경제 자문위원회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일부 이사의 조언을 듣고 위원회에 합류했다. 이사들은 그가 트럼프 정부와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늘어나면 무역과 다른 이슈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반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 수락하라고 권유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지난주 1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GM은 미국과 독일, 한국의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 이어 이미 계획한 것을 '재포장'했다고 WSJ는 전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트럼프의 관심이 업계의 이익을 관철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 회사는 오바마 정부의 엄격한 연비 기준을 충족할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또 다른 나라들이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데 대해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우려하고 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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