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시차가 미국프로야구(MLB) 선수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특히 방문경기보다 홈경기 때 더 안 좋은 결과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현지시간)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한 지역에 오래 머문 투수보다 최근 시차가 다른 여러 지역을 다녀온 투수들의 경기 성적이 눈에 띄게 나빴고, 이렇게 누적된 손실은 하찮게 볼 수준을 넘었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시카고 컵스의 팬이자 노스웨스턴대학의 신경생리학자로 이번 논문의 공동 저자인 라비 앨러다는 일간지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시차가 선수들에게 끼치는 악영향은 흔히 말하는 '홈 어드밴티지'를 무력화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미국 본토에서 시간이 가장 빠른 미국 동부와 가장 느린 서부의 시차는 3시간이다. 동부와 중부의 시차는 1시간으로 적은 편이다.
메이저리거뿐만 아니라 운동선수들은 오래전부터 시차 탓에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해왔다.
이번에 논문을 발표한 연구진은 1992년부터 2011년 사이 메이저리그 4만5천 경기 이상을 분석해 시차가 선수 기량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연구진은 일반적으로 시차가 경기력에 미치는 효과와 어떤 팀엔 좋고 다른 팀엔 좋지 않은 실제 효과를 구분하고자 공을 들였다고 한다.
연구진이 팀 이름을 밝히진 않았으나 그간 상식에 근거해 동부나 서부 지역 연고 팀보다 이동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중부지역 팀 선수들이 시차에 따른 피로를 덜 호소한다는 보도는 있었다.
연구진은 먼저 시차가 선수들의 주루를 소극적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방문경기를 마치고 홈구장에 돌아온 선수들이 시차 때문에 도루를 적게 했고, 민첩성이 떨어진 탓에 2루타도 덜 나왔다는 것이다.
시차가 타자와 주자의 공격성과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는 게 앨러다의 설명이다.
대신 타자들은 방문경기에선 홈에서보다 편하게 경기했다. 연구진은 이유는 불분명하나 생활 습관 때문에 그럴 것으로 추정했다.
원정 경기를 마치고 홈에 돌아온 선수들은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그간 밀린 집안일도 해야 한다. 이는 다음날 경기를 위한 충분한 수면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시차로 극심한 피로를 겪는 투수들이 시차에 무감각한 투수들보다 더 많은 홈런을 허용한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각 구단은 이런 투수들이 시차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선수단보다 앞서 방문지로 일찍 보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연구진은 내다봤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도 시차에서 선수를 보호하고자 2018년부터 3∼4연전의 마지막 날에 더 많은 낮 경기를 치르자고 노사 협약에서 합의했다. 경기를 빨리 끝내고 다음 경기 장소로 이동해 선수들이 시차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의미에서다.
cany99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