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ICA 지원 국제기구 진출 한국인 1호…"나를 필요로 하는 곳 가는 게 마땅"
(성남=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2002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동티모르의 림프부종과 요스질환을 완전히 퇴치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동티모르 사무소에서 근무하기 위해 이달 말 출국하는 송진수(40) 전문의의 각오는 남다르고 담담했다. 그는 현지에서 2021년까지 4년 동안 WHO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소외열대질환'(Neglected Tropical Diseases)의 하나인 림프부종(사상충증)과 요스질환(비성병 매독균으로 인한 감염)을 퇴치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송 전문의는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티모르는 현재 지구 상에서 림프부종과 요스질환이 가장 창궐한 나라로 조사됐다"며 "두 질환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WHO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티모르로 날아간다"고 말했다.
WHO와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시행하는 '동티모르 WHO 소외열대질환 통합관리 사업'을 총 책임지게 될 그는 'KOICA 지원 국제기구 진출 한국인 1호'다. 그동안 국제개발협력(ODA) 사업에 펀딩만 했던 KOICA가 해당 사업을 추진할 핵심인력을 한국인으로 요청해 받아들여진 첫번째 케이스라는 얘기다.
그는 WHO로부터 한국 공무원의 서기관급 대우를 받으면서 전체 예산 650만 달러를 관장한다. 천연두가 지구 상에서 없어졌듯이 림프부종과 요스질환을 완전히 퇴치하기 위해 동티모르 국민 120만 명에게 1년에 2회 관련 약품을 공급하고, 국민 대상 보건 위생 교육을 하며 꾸준히 모니터링을 전개할 예정이다.
또 WHO 직원, 동티모르 보건부 직원과 함께 림프사상충 자충 양성률, 토양매개성 장내 기생충 감염률, 요스환자 유병률, 집단투약을 받은 인구비율 등을 수시 점검할 계획이다.
높은 경쟁을 뚫고 국제기구 일원인 된 그는 "소외열대질환으로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장애, 심각한 외모 기형 등으로 사회적 낙인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모기나 벌레에 물려 생기기 때문에 적절한 위생상태와 국제사회의 지원만 충분하다면 퇴치가 가능한 병으로 WHO는 진단하고 있다"고 목표 달성을 확신했다.
"위생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발병하는 소외열대질환은 초기에 잡으면 치료가 가능한 질병입니다. 그런데 이를 방치하면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퍼집니다. 한 가지 질병을 없앤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번만큼은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내와 6살, 3살난 아들과 함께 동티모르로 날아가는 그는 '국내 병원에서 일하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 수도 있는데 굳이 소외열대질환이 창궐한 동티모르까지 가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내 안에 꿈틀대는 '봉사 DNA'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서울대 의과대를 졸업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영국 리버풀 열대의학 대학원 과정을 이수한 감염내과 전문의다. 서울대 병원에서 인턴과 전공의를 마친 뒤 2007∼2009년 군 복무를 대체하는 'KOICA 국제협력의사'로 선발돼 탄자니아 다레살렘국립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귀국했다.
이후 질병관리본부와 서울대 병원에서 근무하던 그는 2012년 다시 캄보디아로 떠났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법에 근거해 운영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인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캄보디아 사무소장으로 부임했다.
"한국에서는 제 역할(감염내과)을 하시는 분이 많잖아요. 그러기에 제 역량이 필요한 곳으로 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어요. 위험하고 보수는 많지 않아도 일이 재미있어요. 그러니까 열악한 곳으로 나가는 겁니다."
2014년 캄보디아에서 귀국한 그는 아예 개도국 프로젝트 기획 및 모니터링, 평가·심사를 하는 컨설팅 회사를 차려 운영하다 이번에 WHO 동티모르 사무소 소외열대질환 책임자로 최종 선발됐다.
그는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한국이 질병 두 가지를 잡았다는 역사적인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며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질병 퇴치활동에 나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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