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창업자 가문 출신 포드 회장의 '집념' 영향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무역문제를 거론하면서 "불공평"하다며 구체적으로 일본을 직접 비판한 배경에는 일본을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한 포드자동차가 있다는 분석이 일본 언론에 의해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일본을 들먹이며 비판한 것은 1980년대 미·일 무역마찰을 생각나게 한다면서 이 배경에 일본에 강경한 입장인 포드자동차와 트럼프 신정부의 급속한 접근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마크 필즈 포드자동차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다우 케미컬 CEO 등 미국 기업 고위 간부들이 참석한 모임에서 공정한 무역을 하지 않는 나라로 일본과 중국을 직접 거론했다. 양국 모두 국내에서 미국 제품의 판매를 어렵게 해 공정한 무역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NHK에 따르면 일본에 대해서는 "우리가 일본에서 자동차를 판매할 때 일본은 판매를 어렵게 하면서도 미국에서는 자동차를 많이 팔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 이건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미국 업계는 트럼프의 이날 발언을 일제히 환영했다. 특히 멕시코 공장 건설계획을 철회하고 대신 미국 국내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포드차의 마크 필드 CEO는 "대통령은 세금과 규제, 무역정책 등에서 미국 경제를 강하게 하는데 진지하게 임하고 있어 우리도 자신을 갖게 됐다. 미국 제조업계에 매우 긍정적인 모임이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트럼프 정부 측이 마련한 이 날 모임은 대통령 특유의 기업을 "위협"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포드로서는 성과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미국 투자에 대한 법인세 감세와 규제 완화 약속 외에 자동차 무역과 관련, 일본의 이름을 콕 집어 "불공평하다"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업계와는 별개로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와 관련해 일본을 문제 삼은 것은 근래 몇 년간 없던 일이다.
일본이 미국 차를 쫓아내고 있다는 주장은 오래되고도 새로운 논쟁이다. 일본의 자동차 수입 관세는 제로다. 이에 비해 미국은 일본에서 수입하는 승용차에 2.5% 관세를 부고하고 있다. 관세 면에서는 일본이 개방돼 있지만, 일본은 외국 차를 수입할 때 인증이나 안전규제, 소음, 환경 등과 관련한 '비관세장벽'이 높다는 주장이다.
포드는 이런 점을 들어 일본이 폐쇄적이라고 비판해 왔다. 포드차는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관세를 내리면 일본을 이롭게 할 뿐"이라며 강력히 반대해 왔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TPP 체결방침을 밝힌 2016년에는 "규제가 불투명하다"며 일본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그동안의 이런 경위를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일본 관련 발언은 포드의 입장과 매우 가깝다고 지적했다. 창업자 가문 출신인 빌 포드 회장은 작년 여름 대선 기간에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 후보와 만났다. 이후에도 전화로 여러 차례 회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멕시코 투자를 둘러싼 대응과정이 두 사람의 거리를 좁히는 기회가 됐다.
포드 회장은 업계에서는 일본을 싫어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2011년 도요타자동차와 맺은 하이브리드차(HV)기술제휴가 깨진 2013년 당시 도요타 측 관계자는 "(포드) 창업자 가문과의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제휴파탄의 이유로 들었을 정도다. 포드의 반 TPP 배경에는 포드 창업자 가문이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포드차는 멕시코 투자를 단념하는 대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투자우대 등 자사에 유리한 조건을 얻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니혼게이자이는 그 가운데 "일본 두들겨 패기"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제로라고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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