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춘 증인신문…崔 "왜 전경련이 시키는 대로 했느냐"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이 재단 이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했지만, 독일에 머물던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반대해 무산됐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정동춘 전 K스포츠 이사장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의를 표명하자 최씨가 전화해 '왜 전경련이 시키는 대로 했느냐'며 화를 냈다"고 밝혔다.
정씨의 진술에 따르면 전경련은 지난해 9월 미르·K스포츠재단이 '비선 실세'인 최씨의 이권을 위해 설립됐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두 재단 통폐합 방침을 발표하는 한편 정씨에게 연락해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정씨가 사의를 밝히자 당시 독일에 체류하던 최씨가 전화해 화를 냈다는 설명이다.
검찰이 이날 공개한 정씨와 안 전 수석 사이의 통화 녹음 파일도 이 같은 진술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10월 13일 두 사람의 통화를 녹음한 파일에서 안 전 수석은 "마무리 잘 해주시고 과도기라고 해 주시면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정씨는 "최 여사(최씨)도 상생하고 좋은 쪽으로 하자는 것"이라며 "이사진과 직원들 사업을 연장하는 걸 보장해주면 저희는 100프로 협조할 수 있다"고 호응했다.
안 전 수석은 또 "앞으로 정치·언론 변수가 크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위험한 게 있다"며 정씨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이후 정씨는 실제로 사의를 번복했다. 그는 최근까지 이사장직을 수행하다가 재단 이사회에서 해임을 의결해 이달 12일로 임기가 끝났다.
재단 통폐합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정씨는 안 전 수석과 최씨의 '지침'이 일부 어긋나자 박 대통령과 안 전 수석, 최씨가 3자 합의를 이뤘는지 확인하려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정씨는 "기존 업무 패턴을 보면 안 전 수석과 최씨에 의해 진행됐는데, 최 여사는 빠지고 안 전 수석과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업무 라인으로 가는 점에서 확인차 (물어봤다)"라며 "최씨의 의견이 맞지 않아 다소 혼란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3자 합의가 되는 게 저로서는 안전하니까 (통합 재단의) 직원 승계 문제를 대표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어서 그렇게 얘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증언은 K스포츠재단 운영과 설립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최씨의 주장과 대비된다. 최씨는 안 전 수석,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두 재단에 50여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억지로 출연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등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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