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동티모르 사무소서 4년 근무하며 열대성 질환 퇴치 임무 수행
(성남=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으로 한국인이 국제기구에 진출한 첫 사례가 나왔다.
24일 KOICA에 따르면 송진수(40) 전문의가 오는 2월 1일부터 2021년까지 세계보건기구(WHO) 동티모르 사무소에서 근무한다. 송 전문의는 앞으로 4년 간 '소외열대질환'(Neglected Tropical Diseases)의 하나인 림프부종(사상충증)과 요스질환(비성병 매독균으로 인한 감염)을 퇴치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동티모르에는 다리가 코끼리처럼 붓는다고 해 일명 '코끼리 상피층'으로도 불리는 림프부종 감염 인구가 최소 6만 명, 얼굴과 손·발 부위에 궤양이 생겼다가 치료받지 않으면 악화하는 어린이 요스 환자가 2천200여 명에 달한다.
WHO는 이 두 질환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해 KOICA에 협력을 요청했다. 이에 KOICA는 '동티모르 WHO 소외열대질환 통합관리 사업'을 마련해 650만 달러(약 75억6천535만 원)의 예산을 지원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KOICA는 사업 관리자를 한국 국적자로 제한해달라고 요청했고 WHO는 이를 받아들였다. 송 전문의가 'KOICA 지원 국제기구 진출 한국인 1호'가 된 셈이다.
정우용 KOICA 사업개발 이사는 "지금까지는 유엔 등 국제기구가 펼치는 국제개발협력(ODA) 사업에 자금만 지원했을뿐 이번처럼 사업 추진 핵심인력을 한국인으로 요청한 적은 없었다"며 "송 전문의는 WHO로부터 한국 공무원의 서기관급(P3) 대우를 받으면서 전체 예산 650만 달러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송 전문의는 서울대 의과대를 졸업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영국 리버풀 열대의학 대학원 과정을 이수한 감염내과 전문의다. 서울대 병원에서 인턴과 전공의를 마친 뒤 2007∼2009년 군 복무를 대체하는 'KOICA 국제협력의사'로 선발돼 탄자니아 다레살렘국립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귀국했다.
탄자니아에서 봉사의 소중함을 깨달은 그는 질병관리본부와 서울대 병원에서 근무하다 2012년 다시 캄보디아로 떠났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법에 근거해 운영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인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캄보디아 사무소장으로 부임했던 것이다.
이후 개도국 프로젝트 기획 및 모니터링, 평가·심사를 하는 컨설팅 회사를 차려 운영하다 이번에 WHO 동티모르 사무소 소외열대질환 책임자로 최종 선발됐다.
송 전문의는 "한국에서는 제 역할을 하는 분이 많으므로 제 역량이 필요한 곳으로 가는 것"이라며 "WHO와 KOICA의 노력으로 동티모르에서 림프부종과 요스질환이 사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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