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권오준 회장이 첫 임기에서 보여준 경영능력을 발판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에 잰걸음을 보이는 등 업계 환경이 좋지 않아 두 번째 임기도 순항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25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개최한 이사회에서 권 회장을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주주총회에서 공식 승인을 받는 절차가 남았지만 경쟁후보가 없는 단독후보라는 점에서 사실상 연임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 학자 꼬리표 떼고 경영능력 입증
권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2014년 3월 권 회장이 취임할 당시 포스코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철강업계가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포스코 역시 2012년부터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0년 11.6%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2012년 5.7%로 반 토막이 났고, 부채비율은 2008년 65.2%에서 2013년 84.3%로 늘었다.
주로 연구소에서 경력을 쌓은 권 회장이 취임할 당시만 해도 '학자 타입'의 그가 과연 위기에 빠진 포스코를 구할 수 있을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권 회장은 강력한 구조조정과 함께 신성장동력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포스코를 빠르게 회생시켰다.
취임 후 지난해 3분기까지 계열사와 자산 모두 98건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부실을 털어낸 곳은 새로운 먹거리로 채웠다.
수익성이 높은 월드 프리미엄(WP) 제품 판매를 늘리고 고객 맞춤형 솔루션마케팅을 통해 철강 본원의 경쟁력을 키웠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포스코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애초의 기대를 뛰어넘는 1조343억원으로, 4년 만에 '1조 클럽'에 복귀했다.
한때 16만원대까지 떨어졌던 포스코 주식은 지난달 12일 28만2천500원까지 오르며 52주 내 신고가를 달성했다. 현재 포스코 주가는 27만원을 웃돌고 있다.
◇ 두번째 임기, 대내외 악재 직면
새로운 3년을 시작하는 권 회장의 앞길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대내외적으로 여러 악재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다.
우선 풀어야 할 문제는 '최순실 게이트' 연루설이다.
박영수 특별검찰팀은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2014년 권 회장의 인선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23일 김응규 전 포항스틸러스 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권 회장의 선임과 관련된 경위 등을 조사했다.
김 전 사장은 2013년 11월 포스코가 정준양 전 회장의 후임 선임을 위해 설치한 '승계 협의회'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특검팀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최씨가 권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밀었고, 김 전 실장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권오준 카드'를 지시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의 부인인 박충선 대구대 교수가 최 씨 혹은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소문도 돈다.
권 회장과 박 교수는 모두 이런 의혹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진행된 검찰 수사에서 권 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다면 이는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우선주의'를 천명하며 미국에서 만들어진 미국 제품을 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도 포스코에는 부담이 된다.
당장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재협상에 들어가면 자동차 강판용 아연도금 강판을 연간 90만t 생산하는 포스코 멕시코 법인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도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만만치 않았는데 새 정부에서는 얼마나 더 심해질지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점은 철강 수요를 늘리면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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