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꽁꽁'…"공기부양정 없으면 한 발짝도 못 움직여요"'

입력 2017-01-25 09:17   수정 2017-01-25 10:25

대청호 '꽁꽁'…"공기부양정 없으면 한 발짝도 못 움직여요"'

'육지 속의 섬' 옥천 오대리, 유일한 교통수단 '뱃길' 막혀

2년 전 들어온 공기부양정 덕에 위험한 얼음판 걷기 사라져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대청호 연안의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오대리는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린다. 험한 산과 호수에 둘러싸여 배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마을 10가구 14명의 주민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2.1t짜리 나룻배(철선)다. 생필품 구입부터 농산물 출하에 이르기까지 이 배를 타야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호수가 얼어붙는 겨울철에는 바깥출입이 곤란해진다. 뱃길이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날이 많아서다.

발이 묶인 주민들은 폭 500m의 얼음판 위를 맨몸으로 걸어 다녔다. 말 그대로 목숨 건 바깥나들이다.

위험을 보다 못한 옥천군과 한국수자원공사는 2년 전 이 마을에 공기부양정(호버크래츠트·Hovercraft)을 선물했다. 선체 밑에서 압축공기를 내뿜어 물 위나 얼음판 위를 자유롭게 오가도록 특수제작한 선박이다.

이 선박이 들어온 뒤 주민들의 겨울나기는 한층 안전하고 편해졌다. 위험천만한 얼음판 걷기가 사라졌고, 뱃길을 뚫기 위해 얼음을 깨는 모습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25일 오전 마을이 건너다 보이는 호수 맞은편 선착장으로 육중한 몸집의 공기부양정이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면서 미끄러져 들어왔다.

전직 이장이면서 공기부양정 관리를 맡는 조병복(64) 선장은 "읍내 나가는 주민들을 태우고 나오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청호는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로 인해 얼마 전까지 물이 찰랑거렸다. 그러나 강력한 한파가 몰아치면서 불과 며칠 새 호수가 꽝꽝 얼어붙었다.

조 선장은 "사흘 전까지 살얼음을 깨면서 나룻배를 운항했는데, 어제부터는 아예 항로가 막혔다"며 "얼음이 차츰 두터워지고 있어 당분간은 나룻배 운항이 힘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호수가 얼음으로 뒤덮였지만, 주민들은 예전처럼 발 묶일 걱정을 하지 않는다. 공기부양정을 타고 꽁꽁 언 호수 위를 마음놓고 질주할 수 있어서다.

권병학(70) 이장은 "예전에는 읍내 친척 집이나 자녀 집으로 거처를 옮겨 겨울을 나는 주민이 많았는데, 올해는 이런 풍경이 사라졌다"고 공기부양정이 몰고 온 변화를 설명했다.

이어 "겨울에는 꿈도 못 꾸던 성묘까지 가능해졌다"며 "이번 설에도 제법 많은 출향인이 조상 묘를 둘러보기 위해 마을로 들어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발맞춰 조 선장은 '설 연휴 특별근무'를 계획하고 있다.

이른 아침 차례를 올리고 나면 마을 밖 선착장으로 공기부양정을 끌고 나가 성묘객을 맞는다는 계획이다.

그는 "오랜만에 고향에 오는 출향인들이 추위에 떨지 않도록 24시간 출동체제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곳을 포함해 대청호 연안마을 2곳에 공기부양정을 배치했다.

그 덕분에 교통 오지 주민들의 겨울생활이 한결 수월해졌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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