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탈북여성, 경찰·강원남부하나센터 도움으로 간암 수술
(원주=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대한민국 만셉니다. 북한에 있었으면 죽었을 목숨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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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탈북해 강원도 원주시에 정착한 김순심(가명·여·51) 씨는 올해 그 어느 해보다 따뜻한 설을 맞고 있다.
지난 연말 간암 2~3기로 수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판정을 받고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다가 경찰과 북한이탈주민지역적응센터 등 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고 '제3의 인생'을 꿈꿀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북한 함경북도 샛별군에서 태어난 김 씨의 북한에서의 인생은 기억하기도 싫을 만큼 처절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중국 조선족으로 옌지서 살던 부모님은 중국 문화대혁명 때 북한으로 넘어가 김 씨와 김 씨의 언니, 남동생 등 세 남매를 낳았다.
중국서 고급교육을 받아 공무원 생활을 하던 아버지는 김일성 역사연구소 건물 벽에 헐벗고 굶주리는 주민들을 외면한 채 김일성을 찬양하는 초호화 건물을 지은 것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가 정치범으로 몰려 2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김씨가 일곱 살 되던 해 사망했다.
이후 온 가족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오지로 추방당했고, 김씨가 17살 되던 해 어머니도 지병으로 짧은 인생을 마감하면서 졸지에 고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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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실조 등으로 한쪽 귀까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를 얻은 김 씨는 결국 '고난의 행군'이 막바지에 다다른 1999년 두만강을 건너 일가친척이 있는 중국 옌지와 태국 등을 거쳐 2009년 꿈에 그리던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중국서 낳은 아들(14)과 단둘이 대한민국 정부가 마련해준 10평 남짓한 임대아파트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청각장애를 가진 몸으로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남한땅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최소한 일한 만큼 대가가 주어지는 남한에서의 삶에 희망을 품고 고된 식당일, 건물 청소일을 하며 악착같이 살아왔다.
수학·과학을 특히 잘해 곧잘 100점을 받아오는 착한 아들은 김 씨에게 유일한 희망이자 낙이었다.
그러나 북한을 탈출하면서 끝난 줄 알았던 시련은 또다시 찾아왔다.
지난해 말 건강검진 도중 간암 2~3기 판정을 받은 것이다.
6cm가량의 암 덩어리가 발견돼 수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진단을 받고 김 씨는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다.
상태도 상태려니와 1천200여만원에 달하는 수술비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아들 혼자 두고 어떻게 가나…' 하는 생각에 눈물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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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하늘은 김 씨를 버리지 않았다.
김 씨 소식을 접한 원주경찰서 보안과 정병호 신변보호관과 강원남부하나센터 이도연 사회복지사가 발 벗고 나서 병원 행정절차 수속 등을 도왔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5시간여 동안 수술을 받은 김 씨는 다행히 경과가 좋아 입원 12일만인 지난 7일 퇴원했다.
김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병원 문을 나서면서 눈물을 흘리며 마음속으로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북한이나 중국에 있었다면 못살았다. 정부가 매년 건강검진을 해주고 담당 형사님과 복지사님이 가족처럼 모든 일을 도와줬다. 대한민국에 정말 고맙다"며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여기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사회사업팀이 수술비의 절반을, 남북하나재단이 다시 남은 금액의 절반을 지원키로 해 본인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300만원 정도로 줄었다.
정병호 보호관은 "김씨가 회복 중에 있어 당분간 일을 할 수 없는 형편이라 나머지 비용도 개인 부담이 없도록 해드리려고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ryu62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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