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환매규모 포함하면 9조 육박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국내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작년 8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간 데 이어 올해 들어서만 1조원 넘게 이탈했다.
지난해 1년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순유출된 자금 7조9천455억원과 비교해도 연초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금 유출은 규모와 속도 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코스피가 연초에 2,090선까지 치솟자 단기 고점에 거의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라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이 잇따라 환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이후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점도 현금확보에 나서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25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공모)에서 지난 23일 현재까지 모두 1조286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유형별 자금 순유출액을 보면 일반주식 펀드 4천566억원, 배당주식펀드 2천228억원, 중소형주식 펀드 375억원, 테마주식 펀드 536억원 등 액티브 주식 펀드의 자금 유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수 흐름을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에서도 K200인덱스 1천291억원, 기타인덱스 1천291억원 등 2천582억원이 빠져나갔다.
연초 이후 유형별 수익률을 보면 일반주식(1.32%)과 배당주식(0.33%), K200인덱스(2.48%) 등 중소형주식(-0.98%)을 제외한 모든 유형의 펀드가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코스피가 2,060∼2,070선에서 머무르자 박스권 상단에 도달했다고 파악한 개인 투자자들이 펀드 환매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형별 수익률이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93%)에 못 미치는 점도 환매를 부추겼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단기 급등한 만큼 차익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 "국내외 정치·경제의 불확실성까지 크고 특별한 모멘텀도 없어 자금 유출은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문수현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도 "코스피가 계속 박스권에 갇혀 있는 데다가 액티브 펀드의 성과가 좋지 않아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 상품이 많은 사모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공모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이탈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품별로는 한화단기국공채(채권) 종류C(-1천285억원)와 신영밸류고배당자(주식)C형(-1천41억원) 등에서 각각 1천억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선 연초 이후 신영밸류고배당자(주식)C형에서 가장 많은 1천41억원이 빠져나갔고, NH-Amundi 1.5배레버리지인덱스[주식-파생]Class A(-557억원)에서도 500억원 넘게 환매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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