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 휴업보상제·방역세 수면 위로…"탁상공론 우려된다"

입력 2017-01-25 07:19   수정 2017-01-25 09:15

[단독] AI 휴업보상제·방역세 수면 위로…"탁상공론 우려된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내면서 정부가 AI 근본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AI 사태 때마다 거론됐던 휴업보상제와 축산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거두는 '방역세'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 '사육 금지하고 보상금 주면 끝?'…"간단치 않은 문제"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AI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오는 4월 '가축 질병 방역 개선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에 정부는 우선 '가금류 사육 휴업보상제' 시행과 관련한 연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업보상제는 철새도래지 등 AI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 가금류를 가을철에 미리 도축해 냉동 비축해놓고, 겨울철에는 한시적으로 가금류 사육을 금지하는 대신 국가에서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경기도 안성 등 일부 지자체에서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도 전날 브리핑에서 "AI 발생 사후 처리비용과 비교하면 괜찮은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이번 사태로 인한 살처분 보상금 소요 추정액만 797개 농가 2천600억 원(국비 2천80억 원, 지방비 520억 원)인 점만 고려하더라도, 오히려 석 달 치 보상금을 미리 주고 AI 바이러스가 활발한 시기에는 사육을 제한하는 편이 훨씬 이익이라는 것이다.

다만, 산란계(알 낳는 닭)의 경우 병아리에서 닭으로 키우는 데만 5개월가량이 걸리고, 최장 2년간 거의 매일같이 알을 생산하기 때문에 사육을 중간에 일시 중단하는 것이 어렵다.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된다면 병아리를 농장에 들여 도축하기까지 30~40일 정도 걸리는 육계와 오리 농가만 그 대상이 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보상금만 주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고 얘기가 벌써 나온다.

한국오리협회 관계자는 "오리의 경우 95%가 계열화돼 있고, 하나의 계열사와 계약을 맺은 농가가 한 곳에 밀집된 것이 특징"이라며 "한 지역에 대한 휴업보상제를 실시하면 결국 특정 기업에만 석 달간 장사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계열사의 경우 사육농가 외에 사료업체 등 다른 거래처도 있으니 사육제한에 따른 파급 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사육농가에 보상금만 주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또 농가들이 보상 수준에 만족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휴업보상제가 정작 AI 발생과 확산은 막진 못한 채 국가 재정 부담만 눈덩이처럼 키우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 "축산대기업에 방역세 거둬야" vs "전형적인 탁상공론"

정부는 계열주체인 축산대기업 등의 방역 의무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른바 '가축방역세'(가칭)를 부과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계열사와 사육농가 간에 여러 가지 불공정한 계약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방역세를 거둬들여 기금을 조성하고, 이 기금을 시설현대화, 매몰 비용 등으로 사용하면 지자체의 재정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골자다.

실제로 이시종 충북지사도 지난 13일 정부에 "AI, 구제역 등 잦은 가축 전염병으로 방역과 매몰처리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가축 방역세 신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조세 제도에 당사자인 축산대기업들은 반발한다.

정병학 한국육계협회장은 "방역 소홀이 확인될 경우에 책임을 물어 부담시키는 것이면 몰라도 일률적으로 세금을 걷는다는 것을 과연 누가 납득하겠느냐"며 "상식적으로 현실성 있는 얘기가 아닌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한 축산기업 관계자도 "계열화 농가의 경우 사육하는 병아리는 물론, 각종 사료와 약품을 비롯해 바닥에 까는 볏짚 등 작은 소모품까지도 거의 100% 지원해준다"며 "거의 모든 비용을 책임지다 보니, 보상금 배분 비중이 더 큰 것이지, 100% 가져간다는 것은 오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번 AI로 손해를 입은 것은 농가뿐만 아니라 계열사도 마찬가지"라며 "마치 계열사가 AI를 방조한 것처럼 징벌적 성격의 세금을 매기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말했다.

계열사나 농가에 대한 페널티 성격의 대책보다는 축사시설현대화 사업 등 기존에 있는 지원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오리협회 관계자는 "AI의 경우 정확한 원인 규명이 어려운데도 정부의 소독 미흡 등에 대해서는 관련자 징계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농가에 대한 페널티만 강화되다 보니 불이익을 받을까 신고를 지연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방역에 취약한 농가부터 시설현대화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현실성 있는 대책인데, 정작 정부는 축산시설현대화사업의 지원 비율을 올해도 줄인 데 이어 2018년에는 아예 폐지한다고 한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sh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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