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논란을 빚어온 선거법의 위헌 여부를 판정하기 위한 심리를 개시함에 따라 조기 총선 실현 여부가 곧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 헌재는 24일 일명 '이탈리쿰'(Italicum)으로 불리는 선거법의 적법성을 따지기 위한 심리를 개시하고, 이날 밤 늦게나 25일 위헌 여부에 대해 판결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심리는 2015년 마테오 렌치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집권당의 안정적 국정 운영 보장을 위해 도입한 이 법이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토리노, 페루자, 제노바, 메시나, 트리에스테 등 5개 도시에 속한 변호사와 유권자가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요청함에 따른 것이다.
이탈리쿰으로 불리는 현행 선거법은 하원에만 적용되는 법으로, 하원 선거에서 40% 이상을 득표한 다수당에 보너스 의석을 부여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5%의 의석을 보장하고, 1차 투표에서 40% 이상을 득표한 정당이 없으면 결선 투표를 벌이는 방식이다. 이 법은 다수당에 득표율을 넘어서는 보너스 의석을 주는 것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렌치 정부는 이탈리쿰 도입 당시만 하더라도 상원을 사실상 해체 수준으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에서 당연히 통과될 것으로 봤기 때문에 이 법을 상원에는 적용하지 않았으나, 작년 12월 전 세계를 휩쓴 포퓰리즘 열풍 속에 국민투표가 부결됨에 따라 이탈리아는 차기 총선에서 서로 다른 상원과 하원 투표 방식을 갖게 됐다.
이탈리아 정치권은 이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이탈리쿰에 대한 헌재의 위헌 판결이 나오는 즉시 상원과 하원의 선거 방식을 통일하는 선거법 개정에 착수할 방침이다.
대부분의 정파가 2018년으로 예정된 다음 총선을 이르면 오는 6월로 앞당기는 데 공감하고 있는 가운데, 조기 총선 현실화 여부는 이탈리쿰에 대한 헌재의 판결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현행 이탈리쿰이 합헌이라고 판정하거나, 일부분에 한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판결을 내놓으면 여야 정치권의 선거법을 둘러싼 합의가 수월해져 이르면 올해 상반기, 늦어도 오는 9월까지 총선을 앞당기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이탈리아 정계는 관측하고 있다.
반면, 이탈리쿰의 대부분 조항이 위헌이며, 전면적인 개정이 요구된다는 결론이 도출되면 새로운 선거법을 둘러싼 여야의 논의에 진통이 불가피, 총선은 예정대로 내년 상반기에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편, 작년 12월 개헌 국민투표 부결의 여세를 모아 창당 7년 만에 집권을 노리는 포퓰리즘 성향의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 극우 정당 북부동맹 등 야당은 이탈리쿰에 대한 헌재 판결이 나오는 즉시 조기 총선을 실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투표 부결 책임을 지고 사퇴한 마테오 렌치 전 총리 역시 내년 총선을 상반기로 앞당겨 실시한 뒤 다수당 지위를 획득, 총리로 복귀한다는 구상 아래 조기 총선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렌치 전 총리는 국민투표 부결 직후 총리직은 자신의 내각에서 외무장관을 지낸 측근 파올로 젠틸로니에게 물려줬으나, 집권 민주당의 대표 자리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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