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설 대목…전통시장 등 소매유통업 모두 울상

입력 2017-01-25 13:57  

사라진 설 대목…전통시장 등 소매유통업 모두 울상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 설 연휴를 이틀 앞둔 25일 오후 부산 거제시장. 대목 분위기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주택가와 부산시청, 경찰청이 인접한 거제시장은 매년 명절 앞이면 가게마다 크고 작은 선물 포장과 꾸러미 등을 가득 쌓아놓고 손님을 맞느라 시끌벅적했다.

청과시장이 함께 있는 거제시장은 과거 같으면 명절 선물로 과일을 구매하려는 고객과 산지에서 온 과일 차량이 뒤엉켜 큰 혼잡을 빚었으나 올해는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한 모습이다.






20년째 과일 도매가게를 운영한다는 한 업주는 "정국 혼란과 김영란법 등 여파로 명절 선물은 옛말이 됐다"며 "지난해 연말부터 선물용 과일을 사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고 설이 다가와도 가족이 먹을 소량의 과일만 사는 고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거제동 인근 편의점이나 슈퍼마켓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산시청 건너편 한 편의점은 매년 가게 입구에 쌓아두던 명절 선물을 올해는 진열하지 않았다.

식용유나 통조림 세트, 생활용품 세트 등 소액의 선물이 명절을 앞두고 쏠쏠하게 팔렸으나 올해는 거의 찾는 사람이 없어 가게 밖 진열은 하지 않고 내부 매대 쪽에 집중적으로 비치했다.

관공서 밀집지역인 이곳의 음식점들 역시 꽁꽁 얼어붙은 설 명절 경기에 한숨만 내쉰다.

설을 앞두고 부서별로 회식하거나 퇴근 뒤 동료들끼리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더욱 찾기 어렵다.

실제로 명절 일주일 전부터 7시를 넘기면 대부분 손님이 끊겨 아예 문을 닫는 가게가 상당수다.

명절이라고 그나마 사람이 모이는 곳은 인근의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고작이다.

하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 역시 예년의 명절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고객들이 명절 장보기를 최소화하거나 선물을 구매하더라도 생활용품 중심으로 소액 선물세트만 찾아 매출이 뒷걸음질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조사한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올해 설 명절 전 열흘간 매출을 보면 5만원 이하 상품 비중이 86%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설과 비교해 15.2%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매출단가 하락에 따라 전체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설 대목뿐 아니라 졸업과 입학 시즌이 겹치는 1분기 내내 지역 소매유통업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부산상의가 조사한 올해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는 2009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71에 머물렀다.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는 100을 넘으면 경기 호전을, 100 이하는 경기 부진을 예상하는 업체가 많다는 의미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설과 입학·졸업 시즌이 겹쳤는데도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곳이 많다는 것은 지역 소매 유통업계의 소비절벽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라며 "장기불황과 정국 상황,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당분간 경기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josep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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