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점주주 사외이사들과 조율도 숙제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민영화라는 숙원 사업을 이뤄내고 25일 연임에 성공한 이광구 우리은행장 앞에는 풀어야 할 문제들로 가득하다.
우선은 행장 선임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난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간 갈등을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
민영화에 걸맞게 공공 기관화돼 있는 조직을 쇄신시키는 작업도 주목된다.
여기에 시어머니 역할을 할 사외이사와 협력하면서 과점주주 체제라는 새로운 지배구조를 안착시켜야 한다. 지주사 전환도 이 행장 앞에 놓여 있는 숙제다.
◇ 해묵은 사내 갈등 해소, 3월 임원 인사가 시험대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빛은행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공적 자금을 받기 위해 합병한 뒤 만들어졌다.
이후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상업·한일은행으로 입행한 간부들은 여전히 '우리'가 아닌 상업과 한일로 갈라져 있다.
지난해에는 이사회가 선임 부행장 격인 그룹장을 평가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가 이 행장과 한일은행 출신인 이동건 그룹장이 갈등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행장 선임이 진행되면서도 이 행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상업은행 계파와 '몇 년째 상업은행만 해먹느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한일은행 계파 간 경쟁으로 행장 선임이 과열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행장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이 같은 과거와 결별하고 조직을 하나로 만드는 작업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공정한 평가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인사를 하면 파벌로 나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역임했던 신상훈 사외이사도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부 갈등 해결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공정한 평가 시스템만 잘 작동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오는 3월에 있을 임원 인사를 시험대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임원 대부분은 오는 3월에 임기가 끝나 대대적인 인사가 예고돼 있다.
잡음을 얼마나 최소화하고 조직이 납득할 만한 인사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사다.
◇ 과점주주 지배구조 정착…지주사 전환 추진도
민영화 이후 달라지는 환경에 맞게 은행을 빨리 바꾸고 안정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공적자금을 수혈받으며 사실상 국유화 돼 조직도 치열한 경쟁보다는 줄서기와 눈치 보기로 '관료화'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민영화에 맞게 조직 문화를 바꿔 다른 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부·지점장급 중간 관리자가 비대하게 많은 항아리형 조직을 효율화시키는 작업도 급하다.
갈수록 비대면 거래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지금 같은 조직 구성은 부담이 크다.
특히 올해부터 초슬림 조직을 운영하면서 이를 가격 경쟁력으로 삼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본격 출범하게 되면 조직 효율화 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기존 은행에 없던 과점주주 체제라는 새로운 지배구조를 정착시키는 것도 이 행장이 해야 할 일이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그동안은 정부 눈치만 봤지만, 이제는 과점주주들이라는 시어머니가 5명이나 더 생겼다"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면 과점주주들과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라는 지주사 체제였지만 민영화를 위해 몸집 줄이기를 하면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보험사, 지방은행 등의 계열사를 매각했다.
지금은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 정도만 자회사로 남아있다.
지주사를 구축하려면 보험사나 증권사, 자산운용사를 인수하거나 새로 새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한화생명· 동양생명)와 증권사(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자산운용사(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등으로 이뤄져 있는 과점주주들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도 찾아내야 한다.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뒀지만 이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논란이라는 걸림돌을 뛰어넘어야 한다. 서금회라는 딱지가 본인으로는 억울하겠지만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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