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20년 만에 단죄한 이태원 살인범

입력 2017-01-25 17:21  

[연합시론] 20년 만에 단죄한 이태원 살인범

(서울=연합뉴스)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 아더 존 패터슨에 대한 징역 20년 형이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5일 패터슨의 살인혐의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징역 20년은 사건 당시 미성년이었던 패터슨에게 선고할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이다. 마침내 정의는 실현됐지만 마냥 기쁨을 표시하기는 어렵다. 무려 20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일흔을 훌쩍 넘긴 피해자의 어머니는 형 확정 순간을 지켜보고 "마음 같아서는 사형을 내리고 싶지만, 이것만으로도 위안으로 삼겠다"고 했지만 끝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뒤돌아보면 엉성한 수사와 뒤이은 재판, 사법당국의 무신경 등이 뒤엉켜 진범에게 법의 심판을 내리기까지 무려 20년이 걸린 부끄러운 사건이다. 이태원의 한 햄버거집 화장실에서 재미삼아 살인을 저지른 당시 미군 군속 패터슨과 재미교포 에드워드 리는 사건 직후 붙잡혔다. 사건 초기 미군 수사대는 범인으로 패터슨을 지목했지만, 한국 수사당국은 피해자를 제압할 정도로 덩치가 큰 리가 범인이라고 판단했고 진범 패터슨에게는 증거인멸 혐의만 적용했다. 이후 법원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리에게 무죄로 선고했고 검찰이 뒤늦게 재수사에 나섰지만, 패터슨은 이미 미국으로 도주한 다음이었다. 검찰이 출국정지를 연장하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영구미제가 될 뻔했던 이 사건은 지속적인 여론의 관심에 힘입어 패터슨의 미국 소재지가 확인된 것을 계기로 해결의 실마리가 생겼다. 201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패터슨이 체포되고, 2015년 국내로 송환된 뒤 검찰은 과학수사기법으로 확보한 새 증거를 근거로 패터슨이 리의 부추김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결론을 내고 법정에 세웠다. 하지만 이렇게 허비한 시간이 너무 길었다. 수사기관과 사법당국이 피해자는 물론 피해자 가족에게도 회복할 수 없는 아픔을 안긴 셈이다.



재수사를 통해 진범을 확정한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에드워드 리가 공범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리를 형사처벌하지는 못했다. 결국 '지연된 정의' 일뿐 아니라 '구멍 난 정의'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니 검찰과 수사기관의 잘못을 시정할 방법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바라건대, 이런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 사건을 잊을 수 없는 교훈으로 가슴 깊이 새기기 바랄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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