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쿠데타 이후 최고위급 참관…美-태국 관계개선 신호 해석도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다국적 연합훈련인 '코브라 골드'(COBRA GOLD)에 이례적으로 태평양 사령관을 보내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5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은 다음달 14일부터 태국에서 열리는 2017년 코브라 골드 훈련에 해리 해리스 태평양 사령관을 보내 참관하게 할 예정이다.
해리스 사령관은 지난 2014년 쿠데타로 태국에 군부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이 훈련을 참관하는 미군의 최고위급 지휘관이다.
이후 민정 이양을 촉구하면서 태국과의 군사 및 무기 교류를 사실상 단절한 미국은 지난 2년간 코브라 골드 훈련 참가 병력을 지속해서 줄여왔다.
태국 군부가 지난해 8월 국민투표를 치러 개헌을 성사시키고 이어 총선 등 민정 이양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양국 관계가 다소 호전됐다고는 하지만, 군부가 지배하는 태국의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의 이번 조치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탄차이얀 스리수완 태국 합참의장은 "해리스 사령관급의 지휘관이 이런 군사훈련을 참관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라면서 "이는 태국-미국 관계에 있어 좋은 신호이며 미국이 이 지역을 중시한다는 징후"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미군은 이번 훈련에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든 3천500여 명의 병력을 파견했다. 또 현지주재 미국 대사관도 여전히 양국 관계의 완전한 복원 조건으로 민정 이양을 강조하고 있다.
멜리사 스위니 주태국 미국 대사관 대변인은 "우리는 태국에 민주적으로 선출된 민간 정부가 들어서 양국 관계가 완전히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논평했다.
일각에서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에서 중국과 '강 대 강'의 대결 양상을 보여온 미국이 동남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태국에 화해의 손짓을 보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필리핀이 미국에 등을 돌리고 캄보디아를 비롯한 그 외의 동남아 국가들도 친중 노선으로 기울고 있다.
더욱이 쿠데타 이후 미국과 무기 거래가 끊긴 태국은 대안으로 중국, 러시아 등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했고, 그 결과 잠수함과 탱크 등 전략무기도 중국산을 선택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미국이 동남아시아 안보 문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해 다시 손을 내밀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태평양 사령관을 코브라 골드 훈련에 보내기로 한 미국의 결정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에 내려진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처가 트럼프가 주도하는 미국 신행정부의 동남아 전략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한 현지 소식통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열리는 가장 큰 연합훈련이기 때문에 태평양 사령관이 오는 것일 뿐 미국에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태국과 미국, 한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지역 29개국이 참여하는 코브라 골드 훈련은 1982년에 시작돼 올해로 36회째를 맞았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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