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6일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연간 17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며 연초부터 '공격 경영'에 나섰다.
지난 23일 LG실트론을 6천200억원에 인수하는 '반도체 빅딜'을 성사한 데 이어 투자와 채용 규모를 과감하게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삼성그룹, 현대·기아차그룹 등이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경영 시계'를 잠시 멈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이다.
SK그룹은 이날 16개 주력 관계사의 올해 투자·채용 계획을 종합한 결과, 총 17조원을 투자하고 8천200명을 채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는 지난해 14조원보다 21% 늘었고 채용 규모도 200명가량 증가했다. 올해 대내외 경영 환경이 매우 불확실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계획이다.
지난 2015년 8월 출소 후 경영에 복귀한 최 회장이 SK하이닉스[000660]에 대한 46조원 투자 계획을 밝힌 후 가장 큰 규모의 투자 청사진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 발표에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 확대와 인재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는 게 SK그룹의 설명이다.
실제로 최 회장은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투자와 채용이 뒷받침될 때 지속 가능하게 확보할 수 있다"며 "특히 국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할수록 최고경영진은 흔들리지 말고 투자와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17조원 가운데 11조원은 국내 시설에 투자할 계획이다. SK그룹의 역대 연간 국내 시설 투자 규모로는 최대다.
국내외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 등에도 4조9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이 분야 투자 규모 3조1천억원보다 50%이상 늘어났다.
SK그룹은 이같은 신성장엔진 확보 관련 사업에 박차를 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전략위원회를 신설했다.
계열사 중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가장 많은 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096770]은 올해 최대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SK텔레콤[017670]은 앞으로 3년간 11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SK그룹은 지난해 12월 주력 계열사 CEO를 교체하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23일에는 SK㈜가 반도체용 웨이퍼(기판) 전문 기업인 LG실트론을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키는 등 활발하게 미래 경영 밑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채용 규모도 늘리기로 했다.
대졸 신입 2천100명을 비롯해 경력사원 등 총 8천200명을 뽑기로 했다. 작년 채용 규모는 8천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직접 채용 외에도 사회적 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항수 SK그룹 PR팀장은 "최태원 회장 등 SK최고 경영진은 지난해 말 CEO세미나에서 기업 성장의 근본 목적은 더 큰 행복을 만들어 사회와 나누는데 있다고 합의했다"며 "올해 모든 관계사가 공격적인 투자·채용에 나선 것도 기업 성장의 과실인 행복을 더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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