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코앞" 연휴 내 학원·공부 매달리는 '공시족'
"한 푼이라도 더"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 '취준생'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설을 맞아 많은 사람이 들뜬 마음으로 귀성길에 오르고 있지만, 20대 취업준비생들은 명절이 그리 달갑지 않다.
시험을 코앞에 둔 공무원 수험생, 이른바 '공시족'은 설 연휴를 잊은 채 책과 씨름해야 하고, 취업준비 대학생 등 '취준생'은 방학을 맞아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고된 아르바이트도 마다치 않는다.
공부하랴 일하랴, 설 명절이 더 바쁜 이들은 "내년 설에는 꼭 취업해 고향에 가겠다"고 다짐한다.
◇ "시험이 코앞" 연휴 잊은 '공시족'
25일 오전 찾은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인근의 한 공무원 학원 강의실은 100여 명에 가까운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내뿜는 열기로 뜨거웠다.
공시생들은 하나같이 꼼꼼히 필기하고, 중요한 부분에는 별표를 치면서 강사의 말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점심시간이 됐는데도 자리를 뜨지 않고 싸온 도시락을 먹으며 책장을 넘기기 바쁜 공시생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9급 공무원 시험이 불과 70여 일 밖에 남지 않아 팽팽한 긴장감은 벌써 수개월째 지속하고 있다.
설 연휴를 반납하고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공시생도 많다.
공시생 A(26)씨는 "올해가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공부만 하고 있다. 설 명절이라고 해서 가족과 함께 보낼 수는 없다"며 "더욱이 집안 어른들이 계시는 큰집에 가기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씁쓸해했다.
또 다른 공시생 B(25)씨도 "작년에 딱 두 문제로 차이로 아깝게 낙방했다. 합격할 때까지는 고향에 가지 않을 생각"이라며 "부모님은 '장남이 안 오면 어떡하느냐'고 말씀하시지만 중요한 시기라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학원 측은 설 연휴 내내 전체 200여 명 중 최소 50여 명은 매일 학원에 나올 것으로 보고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자습실을 개방, 학습자료를 만들어 공시생들의 공부를 돕기로 했다.
학원 관계자는 "시험을 코앞에 두고 있어 공시생들이 가장 예민한 시기"라며 "대부분 학원이 문을 여는 아침 일찍부터 나와 예습을 하고, 문을 닫을 때까지 남아 복습을 해서 설 연휴에도 쉴 수 없다"고 설명했다.
◇ "한 푼이라도 더" 고된 노동하는 '취준생'
같은 날 성남시 분당구 소재 성남우편집중국에서는 방학을 맞은 대학생 등 취업준비생들이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구슬땀을 쏟았다.
수도권 남부 7개 우체국을 관할하는 성남우편집중국은 하루 평균 8∼9만 개의 택배를 취급하는데, 설 대목을 맞고 나서는 물량이 15∼17만 개로 두 배가량 늘었다.
그야말로 택배 물량이 폭주, 연중 가장 바쁜 기간으로 꼽힌다.
우편집중국은 지난 16일부터 설 연휴 직전까지를 '설 명절 특별소통기간'으로 두고, 택배 상·하차 업무를 하는 65명의 단기 아르바이트를 채용했다.
택배 상·하차는 노동 강도가 높기로 소문나 있다.
각각의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택배 상자를 차량에 싣고 내리기를 보통 7∼8시간 동안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한 지 사나흘 만에 모집이 끝날 정도로 지원자가 많았다는 게 우편집중국 측의 설명이다.
단기 아르바이트는 한 푼이 아쉬운 취준생들이 선호한다.
취준생 C(26)씨는 "방학이 끝나면 학교로 돌아가야 해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택배 상자를 다루는 일이 고된 것은 사실이지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한 푼이라도 더 벌어둬야 학기 중 취업준비를 하는 데에 지장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 설 전에는 꼭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취업해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우편집중국 관계자는 "설 명절 우편집중국의 업무는 상당히 힘이 드는데도, 방학을 맞은 대학생 등 20대 청년 지원자가 대거 몰려 인력 수급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ky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