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미국 모바일 반도체 제조업체 퀄컴이 아시아에서 힘겨운 시간은 보내고 있다.
퀄컴은 지난해 말 한국에서 맞은 과징금 폭탄으로 직전 분기 순이익이 반 토막 난 데다가 애플의 소송제기로 중국에서 새로운 법정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퀄컴의 2017 회계연도 1분기(2016년 10∼12월) 순이익은 일반회계기준으로 6억8천200만 달러(약 7천9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54% 감소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기간 퀄컴의 매출은 60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 늘었다. 다만 이는 시장의 예측치인 61억 달러에는 조금 못 미쳤다.
매출 증가에도 순이익이 반 토막 난 것은 퀄컴이 지난해 12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기 때문이라고 FT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28일 퀄컴이 칩세트·특허권 시장에서 스마트폰 핵심 반도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사상최대인 1조3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표준필수특허(SEP)를 차별 없이 칩세트제조사에 제공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은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당장 주가가 15% 가까이 곤두박질치면서 시가총액 130억 달러가 증발했다.
이날 실적 발표 이후에는 퀄컴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3%가량 떨어졌다.
애플의 파상공세도 퀄컴을 위협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23일 중국 지적 재산권 법원에 퀄컴이 독점 기술을 판매하는 방식을 문제 삼으며 반독점법 위반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했다.
또 퀄컴의 라이선싱 계약이 불공정하다며 또 다른 소송을 별도로 제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애플은 퀄컴의 반독점법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10억 위안(약 1천697억원)을 요구한 상태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에서도 애플은 퀄컴이 기술 특허와 지식재산권 로열티 구매를 강요해왔다며 소송을 걸었다.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퀄컴이 겪고 있는 사법기관과 정부 움직임의 핵심에는 상업적인 분쟁이 있다"며 "우리는 과거에도 이런 일을 겪었고 우리 비즈니스 모델을 힘차게 방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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