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불출마로 민주 경선판 '출렁'…非文연대 지각변동 일까(종합)

입력 2017-01-26 18:14   수정 2017-01-26 19:23

박원순 불출마로 민주 경선판 '출렁'…非文연대 지각변동 일까(종합)

文·李·安 '1강 2중' 구도…비문 주자들 文과반저지 '新연대' 가능성

민주, '공정경선' 이미지 타격 속 통합 강조…非文·여권 '불공정' 공세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판도가 출렁이고 있다.

당초 경선을 완주할 것으로 기대됐던 박 시장이 대선경선 예비후보 신청접수 첫날 경선참여 포기를 선언한 것이어서 당이 일시적이나마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물론 박 시장이 낮은 지지율의 수렁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해왔다는 점에서 불출마 선언이 경선 자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23일 공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박 시장의 지지율은 3.4%에 그쳤다.

그러나 시점이 미묘하다. 당 지도부의 경선룰 강행에 반발한던 박 시장이 느닷없이 경선 불참을 선언한 것 자체가 '불복'의 모양새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경선'을 기치로 내걸었던 민주당으로서는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됐다는 분석이다.

사실 김부겸 의원과 함께 '야3당 공동경선-공동정부 구성'을 주장했던 박 시장은 결국 대승적으로 당의 방침을 수용할 것으로 점쳐졌다. 특히 추미애 대표가 전날 공동정부 구성에 노력하겠다며 경선 동참 명분을 주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시장이 예상을 뒤엎고 경선판을 박차고 나간 모양새를 보이면서 정권교체를 위한 공정경선을 다짐했던 민주당의 대외적 이미지에 흠집이 나게 됐다.

여기에 박 시장 지지 세력을 중심으로 한 당내 반발과 함께 다른 야당은 물론 여권이 박 시장의 중도하차를 민주당 경선의 불공정성으로 연결하며 공세를 취할 가능성도 있어 안팎으로부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트위터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는 사실상 정해져 있고 패권주의는 강하다"라고, 손학규 국민개혁주권회의 의장은 "기득권세력의 패권화가 박 시장의 기회를 빼앗았다"며 일찌감치 견제구를 날렸다.

박 시장과 함께 당의 경선룰 확정에 반발했던 김 의원의 행보도 중요해졌다. 김 의원이 박 시장과 같은 길을 택할 경우 그 타격은 배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경선 참여에 무게를 두면서도 설 연휴 기간 지역구인 대구에 머물며 장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의원 역시 낮은 지지율 정체 현상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어 불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박 시장의 '결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다른 주자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사태 파문이 어디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통합을 통한 야권 단일후보 옹립이 정권교체의 확실한 방법"이라며 야권 통합을 강조했다.

친문(친문재인)·비문(비문재인)을 망라한 민주당 의원 61명도 성명을 내고 "상처와 분열이 아닌 단결과 통합 경선이 되어야 한다"며 경선 과정에서의 분열과 잡음에 대한 사전 경고음을 울린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박 시장의 하차로 민주당 경선은 문 전 대표의 독보적인 질주 속에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뒤쫓는 '1강 2중'으로 압축됐다. 이들은 우선 박 시장 측 표심을 잡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박 시장 측에 합류했던 의원들에게 러브콜이 쇄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표가 워낙 앞서가고 있어 비문 후보들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연대할 가능성도 대두된다. 이 때문에 기존에 형성됐던 '문재인 대(對) 비문재인' 구도가 어떻게 형성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비문의 상징처럼 비쳤던 '이재명-박원순-김부겸' 연대가 틀어지면서 이들과 거리를 뒀던 안희정 충남지사와의 연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록 친노(친노무현) 적자를 강조해온 안 지사가 다른 후보보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성향이지만 '문재인 대세론'을 꺾기 위해선 후발주자들의 '단일대오' 형성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안 지사가 출마 선언을 계기로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는 횟수가 늘고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의 배경이다.

하지만 경선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2위가 매우 중요해졌다는 점에서 치열한 2위 싸움 중인 이 시장과 안 지사가 손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물론 1차 경선에서 문 전 대표의 과반 득표 저지가 지상과제라는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비문 주자들의 연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예정대로 이날부터 예비후보 등록 절차에 돌입했다. 뒤늦게 경선에 뛰어든 최성 고양시장이 '1호 등록'을 하면서 본격적인 경선 시작을 알렸다. 문 전 대표는 가급적 늦게 등록한다는 방침이며 이 시장, 안 지사는 설 연휴 직후 등록할 것으로 전해졌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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