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만 협력 절실…"그러나 韓, 사법공조요청 없었다"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한국 정부가 대만 '제리 택시 투어' 택시기사의 성폭행 추가 범죄 피해사례 여러 건을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정작 수사당국인 대만 검찰은 관련 정보를 넘겨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대만 연합보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중인 타이베이(臺北) 스린(士林)지검은 성폭행범인 제리 택시 투어의 잔유루(詹侑儒)씨가 지난 12일 저지른 범죄 이외에 추가 피해사례를 아직 전달받지 못해 사건 조사가 지연되고 있다.
20대가 대부분인 피해자 8명이 타이베이 주재 한국대표부에 이메일 등으로 피해 사실을 지난 16∼18일 사이에 신고해 한국 외교부가 25일 이를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지만, 타이베이 스린지검 측은 관련 자료를 전달받지 못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피해가 의심되는 여성 8명은 '운전기사가 준 요구르트를 마신 뒤 차내에서 잠이 들었고 나중에 깬 뒤 비틀거리며 호텔로 들어왔다'고 공통되게 진술했다.
한 당국자는 "피해를 신고한 사람들은 정신을 잃은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으며, 의식을 잃은 사이에 금전적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피해를 신고한 여성 8명 중 1명은 올해 1월, 나머지 7명은 작년에 대만을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 검찰은 잔씨가 상당 기간 같은 수법으로 한국 여성 관광객 상대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로부터 추가 피해 사례를 넘겨받으면, 잔씨의 추가 범죄에 대한 조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범인 잔씨는 대만 검찰 조사에서 지난 12일 범행 때 쓴 것으로 보이는 신경안정제가 본인 택시에서 발견된 것과 관련해 자신이 사용해온 약품일 뿐이며 다른 사람에게 사용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대만 검찰은 제리 택시투어 대표를 맡은 웨이(魏)모씨 검거에 수사력을 모으는 한편 미등록된 법인인 제리 택시 투어 소속 운전기사들에게로 성범죄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어가 가능한 웨이씨는 10여년 전부터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택시 대절 영업을 해오다가 아예 제리 택시 투어를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제리 택시투어는 별도의 회원 가입비나 손님 소개 비용도 받지 않은 채 상부상조 형태로 20∼30명의 기사들을 모아 관광지를 오가는 형태로 영업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대만 경찰은 이번 잔씨의 한국 여성 관광객 성범죄 사건을 계기로 대대적인 불법 택시 영업 단속활동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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