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재미삼아 치는 고스톱…오락과 도박 경계 '한끗 차'

입력 2017-01-2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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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재미삼아 치는 고스톱…오락과 도박 경계 '한끗 차'

법원, 점당 100원짜리도 시간·장소·직업·재산 따라 도박으로 처벌

(전국종합=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설날 아침 제사와 성묘를 지내느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오후께부터 언제 그랬냐는 듯 무료한 시간이 찾아오곤 한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친지가 한자리에 모여 회포도 풀 겸 술잔을 기울이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이때 심심풀이로 즐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고스톱'이다.


하지만 재미 삼아 시작한 고스톱이 자신도 모르는 순간 '도박'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명절에 즐기는 고스톱이 오락인지, 도박인지를 구분 짓는 기준은 말 그대로 '한 끗' 차이다.

형법상 도박 혐의로 적발되면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상습범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벌이 높아진다.

다행히 일시적인 오락으로 인정되면 면죄부를 준다.

그런데 오락과 도박의 경계가 상당히 모호하다.

현행법상 명확한 기준이 없어 판례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원은 시간과 장소, 도박자의 사회적 지위 및 재산 정도, 도박 경위, 이익금의 용도 등을 고려해 유·무죄를 판단하고 있다.

같은 액수의 판돈이라도 주변 환경에 따라 도박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7월 22일 오후 5시께 강원도에 사는 70대 남성 A씨는 마을회관에서 동네 사람들과 점당 100원에 고스톱을 쳤다가 도박 혐의로 기소됐다.

판돈은 불과 2만6천800원에 불과했지만, 수사기관은 도박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춘천지법은 "누구나 출입이 가능한 공개된 장소이고 판돈을 고려할 때 노인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고스톱을 친 것까지 도박으로 볼 수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대전에 사는 B씨는 같은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이었지만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쳐서 처벌받았다.

그는 2015년 초 서로 안면이 없는 사람 7명을 집으로 불러들여 고스톱을 쳤는데, 판돈은 15만원 정도였다.

법원은 이런 B씨에 대해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끼리 친목 도모를 위해 모인 것으로 보이지 않고, 5시간 30분간 장시간 고스톱을 한 점을 고려할 때 도박죄가 인정된다"며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그렇다고 안면의 유무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2007년 인천에서는 지인들과 2만원대 판돈의 고스톱을 친 50대 여성 C씨가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C씨는 이웃집 안방에서 지인 2명과 1시간 20분가량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쳤다.

이들 사이에 오간 전체 판돈은 2만8천700원이었다.

C씨는 친목을 위한 자리였다고 주장했지만, 인천지법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피고인의 경제사정에 비춰 판돈이 결코 적은 액수라고 보기 어렵다"며 그에게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유죄가 인정되지만 처벌하지 않고 2년 후 면소해 없던 일로 해주는 일종의 '선처'다.

지인 사이라도 참여자의 직업과 수입에 따라 도박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판결의 취지다.

경찰 역시 법원 판례를 기초로 형사 처벌 대상 여부를 따진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사회 통념상 판돈과 도박한 사람의 직업과 수입 정도, 그리고 함께 도박한 사람들과의 관계 등을 두루 따져 도박과 오락의 경계를 만들어간다"며 "뭐든지 지나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jeon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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