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AI에 한때 '고양이 공포증'까지…"탈 없이 끝나 다행"
(포천=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10년 전 어머니가 쥐를 잡으라고 데려온 착한 고양이 '깐돌이'가 그런 식으로 갈 줄은 몰랐네요."
지난 25일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의 한마을에 사는 A(57ㆍ여)씨는 집 앞마당에서 기자와 만나 "별 탈 없이 일이 끝나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마당에는 이달 초까지 영화에서나 볼법한 방역 초소가 설치돼 있었다.
조용했던 마을은 지난해 말 A씨가 돌보던 고양이들이 조류 인플루엔자(AI) 고병원성 H5N6형에 감염돼 잇따라 폐사하며 전국적으로 달갑지 않은 유명세를 치렀다.
확진 판정 이후 A씨와 이웃들은 집안에 격리된 채 예기치 않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다행히 A씨를 비롯한 주민과 다른 길고양이 5마리, 집안에 키우던 강아지까지 모두 음성 판정이 나오면서 지난 9일 방역 초소는 철수했다.
음성 판정 소식에 이제 마을 주민들은 안심하는 분위기지만 길고양이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던 마을 주민들은 한때 '고양이 공포'증에 시달려야 했다.
한 주민은 "일이 터진 후에는 창고와 비닐하우스에 쌓인 고양이 배설물도 겁이 나서 못 치웠는데 지금은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아 걱정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역시 "오랫동안 돌본 길고양이가 괜히 걱정돼 멀리했는데 지금은 다시 먹이를 주며 지내고 있다"고 했다.
가슴을 쓸어내린 것은 일반 국민도 마찬가지였다. 조류보다 인간과 유사점이 높은 포유동물인 고양이마저 AI에 감염됐다는 소식에 우려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인간에 대한 전염을 걱정하는 시민도 있었고, '캣맘' 등 동물애호가들은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인간 전염 사례는 물론, 관계 당국이 AI가 발병한 11개 시ㆍ군, 서울 등 7개 광역시에서 길고양이를 포획해 조사했지만 유사한 추가 사례도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고양이 AI가 전국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본다.
포유동물 중에서는 고양잇과 동물이 고병원성 AI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호랑이나 표범 등 대형 고양잇과 동물도 AI 발병 시 사망률이 높다.
하지만 집단으로 사육되는 닭이나 오리와 달리 고양이는 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먹이를 공유하는 경우도 드물다. 현재 유행하는 H5N6형 AI가 고양이끼리 수평 전파된 사례도 없다.
건국대학교 수의학과 송창선 교수는 27일 "전국적으로 AI가 발병한 지역에서 고양이가 AI에 걸린 철새나 폐사한 가금류를 먹고 감염된 사례가 더 있을 수도 있지만 사람의 눈에 띄어 신고될 만큼 고양이가 집단 폐사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며 "가축들의 전염병은 집단 사육 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AI 감염사태에서 살아남은 포천시 영북면의 새끼고양이 3마리 등 총 5마리 고양이는 현재 경기도 북부동물위생시험소에서 보호받고 있다. 관계 당국은 다른 지역 AI 검사 기간 등을 고려해 적절한 시점에 고양이를 원래 살던 지역에 방사할 계획이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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