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극복하고 특수교사 꿈 이룬 여대생

입력 2017-01-29 06:00   수정 2017-01-29 10:04

'시각장애' 극복하고 특수교사 꿈 이룬 여대생

박나래씨 "장애 어린이에게 희망 주는 선생님 될 것"

(홍성=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환한 세상이 항상 그리웠다.


두꺼운 볼록렌즈 안경을 썼지만, 눈앞은 마치 안개가 낀 듯 뿌옇게 보였다.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 보이지 않는 세상은 한없이 무서웠다.

장애인으로서 앞으로 살아가야 할 길이 막막해 울기도 많이 울었다.

마음 편히 거리를 걷거나 버스를 타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시각장애 5급인 박나래(25·여)씨.

그녀가 꿈에 그리던 '유치원 선생님'이 됐다.

2017학년도 충남도교육청 유·초·특수교사 임용시험에서 유치원 특수교사 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선천성 백내장을 가지고 태어난 박씨는 생후 100일이 지나자마자 두꺼운 안경을 꼈다.

하지만 안경을 써도 시력은 0.2∼0.3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초등학교 5학년 때 녹내장까지 겹치면서 그나마 보이던 시력을 대부분 잃었다.

아무리 두꺼운 안경을 써도 시력이 0.1 수준에 불과하다.

가까이 들여다봐야 희미하게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정도다.

좌절과 설움의 연속이었다.

힘들 땐 그냥 울었다. 울면 속이 한결 시원해졌다.

앞은 보이지 않지만,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았다.

안경을 쓰고 확대경을 이용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다독였다.

"정말 많이 울었어요. 중학교 때 한 친구가 과학실에 있는 실험용 볼록렌즈 2개를 눈에 붙이더니, 내가 박나래다라고 하는 거예요. 다른 친구들은 그 모습을 보고 웃었고요. 집에 가서 엄청나게 울었어요."

멀쩡한 눈으로도 공부는 쉽지 않다.

하물며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확대경으로 글씨를 한 자씩 보며 책을 읽는다고 하면 어떨까.

그러나 그녀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비장애인보다 노력하면 못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장애를 갖고 태어나 누구보다 장애인을 마음을 아는 만큼 장애 어린이를 위한 유치원 교사가 되고 싶었던 박씨.

그녀는 졸음을 참아가며 책을 읽었다. 친구들이 책을 읽어주고 녹음도 해줬다.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해 2012년 나사렛대 유아특수교육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대학에서도 그녀의 눈물겨운 노력은 계속됐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의 강의노트를 빌려 확대경으로 공부했다.

힘들게 공부하면서도 장애 어린이에게 희망을 주는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유치원 교사 임용시험에 단번에 합격했고, 이제 꿈에 그리던 장애 어린이를 위한 유치원 교사가 되는 날을 앞두고 있다.

박씨는 "장애는 모든 사람이 가진 여러 가지 특징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장애 어린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그들의 장점과 재능을 살려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제 경험에 의하면 장애 어린이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의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며 "어린이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동요를 많이 들려주고 미술 공부도 함께 하는 교사가 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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