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인의 입맛이 갈수록 고급화하면서 작년 가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987년 이후 29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식품가격 상승과 외식, 고급음식을 즐기는 '먹기의 레저화' 등에 따른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일본 총무성의 2인 이상 가구 대상 가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작년 1∼11월 엥겔계수 평균치는 25.7%다. 통상 12월은 식비지출이 늘기 때문에 작년 엥겔계수 평균치는 26%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2015년 연간 전체 엥겔계수는 25.0%였다. 작년 가구당 1개월 소비지출은 1∼11월 평균 27만8천888엔(약 286만원)으로 전년 동기비 약 2% 줄었다. 반면에 식품 지출은 7만1천603엔으로 1.8% 늘었다.
피복과 신발, 그리고 주거비 등 많은 주요 항목에서 지출이 줄어든 것에 비해 늘어난 것은 식품류 이외에 보건의료, 교육 등뿐이다. 일본의 엥겔계수는 1987년부터 2013년까지 20여 년 23%대로 비슷했지만, 2014년부터 급상승했다. 소비세율 인상 등으로 식품 단가가 올라서다. 가격 인상이 주춤했던 작년에도 엥겔계수 상승은 이어졌다. 인구구성이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때문이다.
엥겔 계수는 가계의 전체 지출액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로, 소득이 늘어날수록 감소하는게 일반적이다.
오가타 나오코 일본종합연구소 주임연구원은 "가구당 구성 인원수가 줄어들고 식재료를 사서 집에서 조리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식품에 대한 지출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고령자의 증가와 가정에서의 조리를 꺼리면서 외식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호시노 다쿠야 제일생명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다른 지출을 줄이면서 먹는 것을 중요한 즐거움으로 삼는 경향도 생겨 식비 비중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화점과 슈퍼마켓들은 이런 흐름를 반영, 식품매장을 늘리고 있다.
마루이그룹은 올여름 의류점 등이 입주했던 도쿄 스미다구 긴시초점 지하 1층을 식품슈퍼로 개조한다. 소고세이부는 4월까지 세이부 도코로자와점 식품매장을 확장한다.
대형 편의점들도 조리의 수고를 덜고 싶은 계층의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로손은 점포 내에서 조리한 도시락 등을 제공하는 매장을 현재 3천500개 점포에서 2018년 2월까지 5천개 점포로 늘린다.
지금까지 엥겔계수는 수치가 높을수록 생활이 힘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조리부담을 줄이거나, 비싸지만 안전한 식품을 소비하는 중산층 이상이 늘면서 엥겔계수 성격도 약간 변화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인구감소로 국민이 전체적으로 소비하는 식품의 양은 축소되는 것이 확실하지만, 소비지출에서 식비가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한 새로운 사업 기회도 늘고 있다.
업계의 통계를 통해서도 식품산업의 두드러진 성장세는 확인되고 있다. 일본푸드서비스협회에 따르면 작년 외식 매출은 전년에 비해 2.8% 늘었다. 2년 연속 증가행진이다. 외식 매출 증가율이 2%를 넘은 것은 4년 만이다.
식품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것은 6% 성장한 패스트푸드다. 아울러 가격이 높은 디너레스토랑도 4.3% 성장했다. 식품소비의 양극화로 싼 패스트푸드와 비싼 디너레스토랑이 함께 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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