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화장해달라' 유서 있어도 제사 주재자 의사가 우선"

입력 2017-01-27 07:04  

법원 "'화장해달라' 유서 있어도 제사 주재자 의사가 우선"

"고인 의사 존중해야 하나 법률적 의무는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고인이 '사망 후 화장해 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겨 그에 따라 화장을 했어도 아내와 자식 등 제사 주재자의 의사에 반한 것이라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아내와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살다가 2009년 B씨와 내연 관계를 맺은 다음 집을 나와 2011년부터 B씨와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다 폐암에 걸린 A씨는 지난해 1월 누나에게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B씨를 잘 보살펴달라는 부탁과 함께 '내가 죽으면 장기와 신체조직을 최대한 기증한 뒤 화장을 해달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퇴직금과 사망위로금 등 수령권한은 누나에게 주라고 한 A씨는 '평안하게 가고 싶으니 내가 사망해도 아내와 자식들에게 절대 알리지 말고 장례식장 출입도 막아 달라'는 당부도 유서에 남겼다.

A씨 누나는 유언대로 고인의 아내와 자식들에게 A씨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장례식을 치렀고 사체는 화장했다.

이를 뒤늦게 안 유족들은 '재산을 상속받으려고 A씨의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고 몰래 장례를 치렀다'며 A씨의 누나와 내연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 누나가 A씨의 아내에게 100만원, 두 자녀에게 5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6단독 이수민 판사는 "유체·유골의 처분방법이나 매장장소 지정에 관한 망인의 의사는 존중돼야 하지만 매장, 관리, 제사 등은 제사 주재자를 비롯한 유족의 추모 등 감정에 의해 이뤄진다"고 27일 밝혔다.

이 판사는 "망인의 유체 등은 제사 주재자에게 승계되므로 그에 대한 처분은 종국적으로 제사 주재자의 의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도 판단했다.

결국 A씨의 누나가 A씨의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고 화장한 게 유언의 내용에 따른 것이어도 제사 주재자인 아내 등에게는 법률상 구속력이 없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 판사는 A씨 내연녀의 불륜행위에 따른 배상 책임도 인정했다.

이 판사는 "내연녀가 망인과 불륜관계를 맺고 동거해 법률상 배우자가 정신적 손해를 입었을 것이 명백하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내연녀가 A씨의 아내에게 위자료 1천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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