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바닷길·철길·고속도로 "우리가 지킨다"

입력 2017-01-27 08:00   수정 2017-01-27 09:43

설 연휴 바닷길·철길·고속도로 "우리가 지킨다"

베테랑 운항관리사·기관사·경찰·소방관 특별 근무



(전국종합=연합뉴스) 설 연휴를 맞아 들뜬 마음으로 귀성길에 오를 때 평소보다 오히려 더 바쁘게 일하면서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든든한 이웃들이 있다.

연합뉴스는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이들을 만나봤다.

선박안전기술공단 목포운항관리센터에서 일하는 한정이(35·여) 과장은 이번 설 연휴에도 목포항을 떠나지 못한다.

다도해 섬들을 오가는 24개 항로의 여객선 49척의 운항관리 업무를 맡았다. 오전 5시에 시작되는 선박 점검과 운항통제는 마지막 배가 출항하는 다음날 오전 0시 30분이 돼서야 끝난다.

노동 강도가 워낙 세 전국에서 이 일을 하는 여직원은 한 과장을 포함해 불과 2명이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 15명도 지난 26일부터 설 연휴가 끝나는 30일까지 여객선을 이용해 고향을 다녀가는 귀성객이 몰려 특별 근무를 한다.



평소보다 승객이 배 이상 늘어나기 때문에 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지난 12일까지 쉴새 없이 선박 49척에 대해 안전점검을 하고, 승선원과 선박 관리자 256명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한 과장은 "명절에 가족과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저와 동료가 열심히 일해 귀성객들이 안전하게 고향을 다녀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진다"고 활짝 웃었다.

코레일에서 22년째 열차 기관사로 일하는 김인(49)씨도 그동안 명절 당일 편하게 쉰 날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동대구역에서 일하는 그는 이번 설날에도 새벽 근무가 있어 27일 저녁부터 가족이 모두 떠난 집에 혼자 남아 컨디션을 조절해야 한다.




집중 수송 기간이라 임시 열차가 증편돼 평소보다 더 일이 많아졌다.

김씨는 "명절에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제가 하는 것일 뿐"이라며 "가족은 아쉬워할 수 있지만, 이렇게 일하는 게 가족의 행복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고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는 게 기관사의 사명이라는 김씨는 "안전이 늘 우선"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충남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2지구대에 근무하는 김승배(42) 경위는 지난 26일부터 이미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경부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대전-당진고속도로 등 충남을 거쳐 가는 7개 고속도로의 안전을 책임진다.

그는 이번 연휴에 차량 34만대가 지나갈 것으로 추산돼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고 처리, 응급환자 이송, 얌체 운전자 단속, 순찰에 만전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3년 6개월째 이 일을 하는 김 경위는 "명절에는 빗발치는 신고 때문에 식사를 거르거나 퇴근 시간을 훌쩍 넘겨 일해야 할 때도 잦다"고 밝혔다.

4일 연휴 가운데 이틀 일하고, 이틀은 비상 대기하는 그는 "연휴 내내 출근하는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운전자들이 여유를 갖고 차를 몰아 안전한 귀성길이 됐으면 좋겠다는 게 김 경위의 소망이다.

부산소방안전본부 119 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는 김오준(48) 소방위는 21년여 전 소방관으로 임관할 때부터 명절에 편히 쉰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바쁘고, 더 긴장한 가운데 현장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김 소방위는 설 전날인 27일 오전 7시 30분 출근해 밤을 꼬박 새운 뒤 28일 낮 12시에나 퇴근할 예정이다. 비상근무 체제여서 평소보다 5시간 길게 현장을 지켜야 한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설 연휴에 문의·신고 전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접수인력을 33명에서 64명으로 늘렸다.

지난해 설 연휴에 접수한 신고는 모두 2만1천144건으로 하루 평균 4천6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평일 하루 평균 신고 건수(1천716건)보다 2.4배 많은 수치다.




또 교통사고와 추락사고 등으로 110명이 구조됐고, 등산하다가 다친 사람 등 응급환자 1천680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김 소방위는 "소방관들은 시민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경북 칠곡에서 납골당을 운영하는 김모(63)씨는 설 연휴가 1년 중 가장 바쁜 기간이다. 명절을 맞아 성묘객이 대거 몰리기 때문에 혼자 운영하는 것은 엄두를 낼 수 없어 가족을 총동원한다.

동생은 시설물 관리, 큰딸은 관리비 접수, 막내아들은 주차 관리 등으로 역할 분담을 한 지 오래다.

김씨는 "이번 설 연휴에 납골당을 찾는 분들이 아무런 불편 없이 다녀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차례를 지내고 조상을 찾아오는 단란한 가족을 보면 내 기분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박성우 민영규 한무선 최재훈 김소연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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