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을 위한 기도' 한국 정착 최초 미얀마 난민 쿠 투씨

입력 2017-01-27 11:00  

'행복한 삶을 위한 기도' 한국 정착 최초 미얀마 난민 쿠 투씨

피란생활 24년 만에 '안착'…한국말 열공으로 '꿈 찾기' 매진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만나서 반갑습니다."

인천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 회사 사무실에서 만난 쿠 투(46)씨는 한국 인사말을 또박또박 힘주어 발음하며 활짝 웃었다.





쿠 투씨는 난민법이 시행된 지 2년 만인 2015년 한국에 처음 입국한 미얀마 출신 재정착 난민이다. 어느덧 한국에 정착한 지도 1년여가 지났다.

잠시 바쁜 일손을 놓은 쿠 투씨는 난민 캠프 생활을 떠올리며 "여기(한국)서 일하는 게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24년 전 미얀마 정부군의 징집을 피해 가족들을 데리고 태국 북부 딱 주(州)의 메라 난민 캠프로 넘어갔다. 미얀마가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정부군과 소수민족 반군 간의 내전이 계속 이어지면서다.

난민 수천 명이 모인 캠프는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나뭇잎으로 얼기설기 엮은 집에서 쪽잠을 잤다. 캠프에서 온종일 농사일을 해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하루 약 150바트(6천원)에 불과했다.

그러던 2006년 캠프를 지키던 태국 정부 관계자의 눈을 피해 주변 벌목 공장에 일을 나갔다가 지뢰를 잘못 밟았다. 쿠 투씨의 한쪽 다리는 의족 신세를 져야 했다.

이후 난민 가운데 재정착을 원하는 사람을 유엔난민기구(UNHCR)의 추천을 받아 심사 후 수용토록 하는 '재정착 난민제도'를 접했다. 2013년부터 난민법을 시행하기 시작한 한국과 인연이 닿았다.

자녀 5명과 조카를 데리고 입국한 쿠 투씨 부부는 빠른 적응을 위해 인천 영종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에 꼬박 열 달을 머물렀다. 이곳에서 하루 6시간씩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 문화를 몸에 익혔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지원센터의 품을 떠나 본격적인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미얀마 소수민족인 카렌족 공동체와 종교 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인천을 제2의 정착지로 택했다. 쿠 투씨네와 같은 시기에 들어온 세 가족 14명도 함께였다.

한국 정부가 지원해 준 보증금과 1년 치 월세로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쿠 투씨는 센터 측 소개로 자동차 부품 제조사에 아내와 함께 취업했다. 매일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자동차 문짝 관련 부품을 만드는 일이다.

의족 탓에 앉아서 하는 부품 조립 일을 도맡은 그는 "일을 아주 정확하게 하고 성실하다"는 평을 받는다.

쿠 투씨의 가족들은 난민 캠프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공부에 매진하느라 여념이 없다.

장녀 애클루프(24)씨는 간호사의 꿈을 키우며 인천의 한 간호조무사 학원에 다니고 있다. 난민 캠프에 있을 때 의료 관련 일을 했다는 애클루프 씨는 쉽지 않은 한국말에 전문 용어가 가득한 간호학 공부가 지겨울 듯도 하지만 꿈에 부풀어 있다.

인천 출입국관리사무소도 애클루프 씨를 돕기 위해 간호사 경력 30년의 일반인 멘토를 1주일에 3번씩 파견해 가르치고 있다.

쿠 투씨 부부도 딸에게 지지 않으려 매주 일요일 사무소에서 지원하는 멘토와 한국말 공부를 한다.

종이에 '아들, 딸, 다섯 명'이라는 글씨를 꾹꾹 눌러 써 보이며 환히 웃던 쿠 투씨는 27일 새해 소망을 묻자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기도한다"고 말했다.

cham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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