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특검, 사소한 시빗거리도 남기지 말아야

입력 2017-01-26 17:44  

[연합시론] 특검, 사소한 시빗거리도 남기지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박영수 특검팀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 대해 인권 침해적 강압수사를 했다는 주장이 최 씨 변호인에 의해 제기됐다. 최 씨 측의 이경재 변호사는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특검이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10시 4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변호인을 따돌리고 피고인(최순실)을 심문했다"면서 "특검 관계자가 피고인에게 폭언을 연발해 정신적 피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삼족을 멸하겠다' '딸은 물론 손자까지 감옥에 갈 거다' 등의 폭언을 특검 검사가 했다면서, 이는 형법상 독직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강변했다. 이 변호사는 또 특검 사무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의 녹화 및 녹음 파일 공개를 요구하고, 만약 특권과 다툼이 생기면 검찰·경찰·국가인권위 등 제3기관에 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검 측은 이런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최순실의 변호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삼족을 멸하겠다 같은 말을 한 사실이 없고, 강압수사나 자백 강요 등 인권침해 사실도 전혀 없다"면서 "앞으로 일방적 주장엔 대응하지 않겠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이 특검보는 "당일 부장검사 방에서 1시간 가량 면담을 했는데 문이 열린 상태였고 밖에는 여성 교도관이 있었다"면서 "이 방에 CCTV는 없었지만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지는 판단에 맡기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일견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듯하지만 상식적 추론은 최씨 측 주장을 의심하는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일례로 부장검사와 최 씨의 면담 사실을 이 변호사는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이 변호사가 부장검사 방의 CCTV 파일을 요구한 것은 뭔가 석연치 않다. 검찰이나 경찰에서도 조사실이 아닌 일반 사무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무엇보다 이 변호사의 기자회견 내용은,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 받아들이기 거북한 측면이 있다. 최 씨에 대한 국민 여론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빠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국정 농단의 실상만 해도 할 말을 잊게 하는데, 사법처리 과정에서 최 씨가 보여준 안하무인의 기행은 정말 눈과 귀를 씻고 싶을 정도다. 구속 피의자로서 특검 소환에 불응하다 결국 다시 체포당한 것만 봐도 최 씨가 얼마나 막무가내인지를 알 수 있다. 최 씨는 특검에 나오면서도 '자백을 강요 당했다. 억울하다'며 볼썽사나운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 그러고도 정작 특검 조사에서는 철저히 묵비권을 행사했다. 일말의 동정심도 생기지 않을 만큼 계속 국민의 눈에 거슬리는 짓만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변호사의 주장은, 최 씨가 특검에 나오면서 횡설수설한 것과 내용상 비슷하다. 변호인과 의뢰인이 비슷한 말을 하는 게 이상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전날부터 전개된 일련의 사건들을 묶어 보면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헌재에서는 대통령 측의 이중환 변호사가 '3월 13일 이전에 심판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는 박한철 헌재 소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공박하면서 거친 설전이 벌어졌다. 박 대통령은 한 인터넷TV와 인터뷰를 갖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누군가에 의해 기획된 것 같다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을 했다. 박 대통령 측이 계속 수세로 몰리는 분위기를 반전하기 위해 일대 반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특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금세 시비가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이 변호사가 다음 수순을 예고한 것만 봐도 어떤 식으로든 '특검 흔들기'가 계속될 듯하다. 여러 정황상 최 씨 측의 강압수사 주장은 조작됐거나 부풀려진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형사 피의자라고 모두 고개를 숙이고 들어와 수사에 협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럴수록 특검은 '효율적인 수사'의 유혹에 넘어가면 안 된다. 질이 좋지 않은 피의자라 해도 악의적인 시비의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법대로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 특검의 과제다. 예컨대 최 씨를 면담했다는 방에 CCTV가 없다는 사실은 악용될 소지도 있었다. 이번처럼 근거 없는 의혹이 제기돼도 방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강속구만 던지는 투수는 언젠가 얻어맞게 돼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고 혹시 빈틈을 남긴 것은 없는지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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