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북이를 도와주세요"…갈 곳 없어진 포천 유기견 보호소

입력 2017-01-30 08:05  

"신북이를 도와주세요"…갈 곳 없어진 포천 유기견 보호소

30년 역사 '애신동산', 토지 소유 문제로 쫓겨날 '위기'

(포천=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신북이'는 말티즈 품종의 유기견이다.

애완견으로 키워졌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원래 이름은 알 수 없다. 지난해 포천 신북면의 유명 온천을 찾은 주인이 근처에 버리고 떠났고, 주변을 떠돌던 이 강아지를 온천 주인이 구조해 '신북이'가 됐다.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의 한 야산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 '애신동산'에는 신북이 같은 유기견과 고양이 750마리가 산다.

거리를 떠돌다 다쳐 구조된 강아지, 새끼 때 박스에 담겨 버려진 고양이 등 사연은 다양하다. 이런 유기견과 고양이 들이 결국 포획돼 안락사 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한 이애신(83ㆍ여)씨가 약 28년전 산속에 천막을 짓고 보호하며 애신동산이 시작됐다.


"5천평 정도 되고, 패널로 지은 견사가 14개, 천막 형태로 지은 견사는 수십 개가 넘죠."

노령의 이 원장을 대신해 보호소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윤모(69ㆍ여) 부원장은 지난 25일 쉼 없이 일하며 말했다.

이날 찾은 애신동산은 마치 거대한 피난민 수용소를 연상케 했다. 산 중턱부터 아래로 길게 견사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견사 안에는 작은 애완견부터, 대형견까지 다양한 종의 유기견들이 살고 있었다. 낯선 이가 한 발자국씩 발을 옮길 때 마다 개 짖는 소리가 온 산에 천둥처럼 울린다.

이 원장과 부원장 윤씨 등 봉사자 4명이 상주하며 밥을 주고, 치료하고 견사를 고치는 등 개들을 돌보고 있다. 주말이면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봉사자들이 찾아 일손을 돕기도 한다. 휴일, 명절도 예외는 아니다.

시설은 열악하지만 견사마다 강아지 이름이 표시된 팻말과 추위를 피하기 위한 비닐 천막과 담요 등이 놓여 있어 봉사자들의 애정을 짐작게 한다.

시설은 봉사자들과 후원자들의 후원으로 운영된다. 한 달에 사료 값만 200만∼300만원 이상 나오고 병든 개도 많아 병원비도 만만치 않아 항상 재정이 빠듯하다. 사료는 외상으로 구입했다가 후원금이 많이 들어오면 한번에 값는 식이라고 했다.


애신동산에서 지내던 개의 수는 2010년 무렵 1천200마리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사실상 모든 일을 이애신씨가 혼자 주도해 처리했는데, 일손이 달리다 보니 중성화 수술은 엄두도 못 냈다. 이때문에 번식을 통해 개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포화상태가 됐다.

문제를 느낀 봉사자들이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체 수 조절에 나섰다. 수의사 봉사자들도 나서 1천마리에 육박하는 유기견들을 일일이 중성화 했다. 일부 노견들이 죽고, 국내외 입양이 이뤄지면서 현재는 약 750여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살고 있다.

"새 강아지를 들일 여력은 없고, 저를 비롯한 봉사자들은 남아있는 750마리 식구들이 마지막까지 편안하게 살다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은 강아지들의 미래는 이제 불투명한 상태다.


원장인 이애신씨는 2013년 무렵 보호소 시설을 늘리기 위해 다른 봉사자에게 5천만원을 받아 땅을 샀는데 이 돈이 말썽이 된 것이다. 이 원장은 이 돈을 기부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봉사자는 빌려줬다며 맞섰다. 결국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 원장은 6개월간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이 원장과 다른 봉사자가 십시일반으로 모아 산 보호소 부지는 경매로 넘어갔다. 땅은 약 1억1천만원에 팔렸고 새 토지 소유주는 보호소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윤 부원장은 "땅 주인은 당연히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이지만, 지금 당장 이 많은 강아지를 옮길 곳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토지 소유주가 계속 찾아오시는데 너무 죄송스럽다"고 토로했다.

설 연휴에도 보호소를 지킨 그는 "지금도 많은 분이 보호소를 돕고 있지만, 남은 강아지들이 존엄성 있게 살다 죽을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jhch79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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