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정기 깃든 부산기록관에 일제잔재 향나무 '버젓이'

입력 2017-01-31 07:00  

민족정기 깃든 부산기록관에 일제잔재 향나무 '버젓이'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국보인 조선왕조실록이 보관된 국가기록원 부산기록관에 일제가 민족정기를 억압하려고 국내에 유행시킨 일본산 향나무가 조경수로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부산기록관은 부산시 연제구 부산기록관 본관 정문 양쪽에 6그루씩 있는 일본산 가이즈카 향나무 12그루의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부산기록관은 올해부터 추진할 예정인 '실록의 숲' 조성에 앞서 전문가들에게 부산기록관의 조경을 자문한 결과 이 향나무가 일제의 잔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장을 둘러본 한국전통문화대학 전통조경학과 김영모 교수는 "가이즈카 향나무는 일제가 우리 민족의 정기를 억압하려는 취지로 국내 관공서 등 곳곳에 의도적으로 심기 시작한 조경수"라고 설명했다.

가이즈카 향나무의 가지와 잎이 하늘로 뻗은 모습이 일본인의 기상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식민지 조선에 심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향나무가 자리한 본관 지하에는 국보 151-2호인 조선왕조실록 태백산 사고본 등 국보급 역사기록이 보존돼 있다.


부산기록관 김재순 관장은 "선조들의 찬란한 기록유산이 보관된 주요 건물 입구에 일제의 잔재가 버티고 있는 셈"이라며 관련 절차를 거쳐 향나무를 처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부산기록관의 향나무는 초대 조선통감인 이토 히로부미가 1909년 대구에 갔다가 달성공원에 기념식수한 것과 같은 종류다.

달성공원 행사 이후 한반도에서 기념식수 수종으로 유행해 전국 곳곳에 자리 잡게 됐다.

부산기록관의 향나무도 1984년 개관에 맞춰 역사적 검토 없이 본관 출입 계단 옆에 심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일제가 의도적으로 한반도에 심은 향나무가 해방 이후에도 아무런 비판없이 조경에 사용됐다"며 "지금이라도 이를 바로잡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영남권의 중요 기록물을 수집·보존·활용하려고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물 보존 시설로 부산기록관을 개관했다.

부산기록관에는 조선왕조실록 외에 대통령 기록물, 외교문서, 중앙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생산한 문서, 간행물, 지적·임야원도 및 행정박물 등 약 150만점이 보존돼 있다.

부산기록관은 향후 5년간 실록의 숲 사업을 벌여 문제의 향나무를 우선 처분하고 부산기록관 내에 표지석 숲, 기록문화 광장, 기록문화 정원, 기록문화관, 사고 봉안길 등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pitbul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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