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군문화재단 직원 "설 연휴 방문객 위해 얼음벌판 떠나지 않겠다"
(인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매년 돌아오는 설보다 3년 만의 개최한 빙어축제가 더 중요하죠. 단 한 명의 방문객을 위해서라도 빙어호 얼음벌판을 지키겠습니다."
지난 21일 화려한 막을 올린 제17회 인제 빙어축제를 준비·기획하고 운영 중인 인제군문화재단 직원들은 올해 설 연휴를 모두 반납했다.
2년 연속 축제가 무산된 아픔을 딛고 3년 만에 여는 축제인 만큼 안전하고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연휴는 물론 하루 24시간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올해 축제를 준비·운영 중인 이근석 인제군 문화재단 사무국장을 비롯해 김오정 팀장, 박성희 주임 등 직원들은 축제 개막 이후 눈만 뜨면 남면 빙어호에 나와 온종일 얼음벌판 위에서 사투를 벌인다.
이른 새벽 빙어호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얼음 두께를 측정하는 일이다.
그만큼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이다.
인제 빙어축제는 1998년 시작돼 겨울축제의 효시 또는 원조 겨울축제라고 불린다.
하지만 2014년 1월 제16회 인제 빙어축제 이후 2년 연속 축제가 무산됐다.
2015년에는 소양강이 강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유례없는 극심한 가뭄이, 지난해에는 소양강의 얼음이 얼지 않는 이상 기온이 발목을 잡았다.
올해도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 탓에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국, 축제 개막일을 애초 14일에서 지난 21일로 일주일 연기했다.
올해 축제는 꼬박 3년하고도 일주일이 지나 열리는 셈이다.
이로 인해 축제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는 30일까지 이어진다.
인제군문화재단 직원들의 설 연휴도 자연스럽게 반납 처리된 셈이다.
비록 올해 설 연휴는 빙어호 얼음벌판에서 보내게 됐지만, 이들에게는 오히려 행복이다.
그만큼 축제 개최에 대한 지역 주민의 열망과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부터 준비하기 시작한 인제 빙어축제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이상 고온이었다.
올해 초까지 이어진 이상 고온은 축제 관계자들의 가슴 속을 새카맣게 태웠다.
축제 개최가 불투명하자 최악에는 얼음이 얼지 않을 경우 육상 행사만이라도 열겠다는 각오로 버텼다.
이 때문에 대체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증강현실(AR)을 이용한 '빙어고'를 개발했다.
하지만 지난 4일 축제장에서 50㎞가량 떨어진 양계 농가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인플루엔자(AI)로 중대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말 그대로 이상 고온에 AI까지 설상가상이었다.
심지어 3년간 '절치부심' 끝에 준비한 축제가 또 무산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다행히 AI 사태가 소상 국면에 접어들고 지난 13일부터 강추위가 몰아쳐 축제는 예정대로 열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인제군문화재단 김오정 팀장은 27일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축제를 개최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3년 만에 열린 올해 축제는 사실상 지역 주민 모두가 준비했고, 모두가 설 연휴를 반납하고 축제에 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많이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축제를 열고 보니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아 계속 보완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라며 "축제의 백미인 빙어 얼음낚시를 진행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덧붙였다.
박성희 주임도 "빙어축제를 손꼽아 기다리고 아껴 주신 방문객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설 연휴 기간 다양한 체험 행사를 준비했다"며 "단 한 명의 방문객을 위해서라도 설 연휴 기간 빙어호 얼음벌판을 떠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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