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 수치심의 힘 = 제니퍼 자케 지음.
인류 공동체의 오래된 감정인 수치심의 기원과 진화, 사회적 속성을 탐구하고, 사회 개혁의 수단으로 수치심을 활용할 것을 제안하는 책.
소비자들은 흔히 유기농 식품이나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는 식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낸다.
그러나 뉴욕대학교 환경연구학 교수인 저자는 "재활용 봉투와 머그잔을 사용하고 전깃불을 끄는 일에 매달리는 것은, 교통사고로 머리가 깨졌는데 비타민C를 섭취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환경 파괴와 같은 사회 문제의 해결은 소비자들의 죄책감만으론 부족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좀 더 큰 사회적 파장과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대안으로 '수치 주기' 전략을 제시한다.
사회적 폭로나 불매 운동과 같은 수치 주기가 공동체의 협동을 저해하는 사람이나 기업의 위반 행위를 억제하는 중요한 사회적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수치 주기 전략은 7가지 속성을 갖는다.
수치 주기는 위반 행위와 이해관계가 있는 이들을 관객으로 끌어들였을 때, 그리고 존경받는 사람이나 언론매체가 주체가 돼, 양심적인 방식으로 집행됐을 때 효과가 크다.
또한, 위반 행위가 바람직한 행동에서 크게 벗어났을 때, 위반자가 수치 주기를 행하는 집단에 속해 있을 때, 때로는 정식 처벌이 어려운 위반 행위를 대상으로 할 때 더욱 효과적이다.
이밖에도 수치 주기를 할 때는 간헐적으로 사용해 영향력을 유지하고, 비난 가능성이 큰 위반자를 타깃으로 삼아 효과를 최대화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책읽는수요일. 박아람 옮김. 288쪽. 1만4천원.
▲ 로지스틱스 = 데보라 코웬 지음.
전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공장처럼 움직이는 현대 사회의 성격 변화를 '로지스틱스'(logistics)라는 새로운 인식의 틀로서 분석한 책이다.
로지스틱스의 사전적 의미는 기업의 물류, 혹은 전쟁의 병참이다.
수천 년 동안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는 전쟁술로서 기능해온 로지스틱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업들에 의해 차용돼 경영전략의 일부가 됐다.
하지만, 토론토대학교 지리학과 부교수로 도시행동주의 연구에 참여해온 저자는 현대적 물류에도 폭력적이고 군사적인 요소가 뒤얽혀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파악하기에 오늘날의 사회, 세계 경제를 구성하고 작동시키는 핵심 시스템은 상품과 자본을 안전하고 빠르게 순환시키는, 쉽게 말해 무역을 가능하게 하는 공급사슬이다. 이 공급사슬이 바로 로지스틱스다.
과거 영토나 인구의 안전을 우선시했던 국가의 통치 목표는 이제 로지스틱스의 안전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지스틱스의 교란은 국가의 안보에 대한 중대 위협으로 간주되고 때로 군사력이 동원되기도 한다.
이때 보호의 대상은 인간의 삶이 아니라 로지스틱스 자체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항구를 점거한 노동자들이 테러리스트로 여겨지고, 유독성 폐기물 투기와 불법 어획에 저항하는 소말리아 어부들이 해적으로 취급당하는 이유라고 지적한다.
갈무리. 권범철 옮김. 400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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