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이권 개입 비리 속출…예산심의 무기로 '갑질'

입력 2017-01-30 09:37  

지방의원 이권 개입 비리 속출…예산심의 무기로 '갑질'

관급공사 몰아주고 수천만원씩 챙겨…"지방의회를 돈벌이·정계진출 수단으로 여겨"

(충주=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과 정책 심의권을 가진 지방의회 의원들은 공무원에게는 '갑'이다.






사업의 정당성이나 필요성과 상관없이 예산을 삭감할 수도, 각종 조례와 정책을 부결시킬 수도 있다.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지방의원의 이권 개입 사건이 잇따르자 자질 논란과 함께 이들의 '갑질'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충북 충주경찰서는 최근 특정 업체에 관급공사를 몰아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알선수뢰)로 이모 의원을 구속했다.

이 의원은 2010∼2015년 충주시 각 읍·면·동이 발주하는 공사 100여 건을 자신과 관련 있는 D건설이 수주하도록 알선하는 대가로 업체에서 8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D건설 대표를 맡아오다 2010년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물러났으나 지금도 약 10%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시의원이 되기 전에는 공사 알선 수수료 명목으로 5%를 받다가 당선 뒤에는 본인이 요청해 수수료를 10%로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예산심의권을 가진 점을 의식해 시의원의 요구를 들어준 것으로 조사됐다"며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시의원의 전형적인 '갑질'"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청주지검 제천지청은 관급공사 납품 알선 대가로 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변호사법 위반) 제천시의회 최모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최 의원은 201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제천시가 발주하는 공사와 관련해 건자재 납품 알선 대가로 3개 업체에서 6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제천시의회 A의원도 제천시가 발주한 공사의 하도급 업체 선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검찰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된 A의원이 담당 공무원을 통해 업체 선정에 부적절하게 관여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법률상 직권남용 주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분했다.

이처럼 지방의원의 이권 개입 중 상당수는 주로 관급공사 업체 선정과 관련된 사건이다.

공무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업체에 공사를 몰아주고 대가를 챙긴다. 업체에 지분이 있거나 대표를 맡는 등 특수 관계인 경우가 많고, 의원 개인이 소유한 회사도 있다.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이나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 명목으로 금품 등을 챙기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

시의원의 직접적인 업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거나 다른 공무원과 공모해 금품을 챙기면 알선수뢰 혐의가 적용되고,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도록 할 경우에도 공범이 될 수도 있다.

요구 관철을 위해 공무원을 협박하면 공갈죄나 강요죄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처벌만으로는 의원들의 이권 개입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제도의 취지, 의미를 잘못 이해하거나 사적 이익이나 권력을 추구하는 자리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아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국대 안형기 교수(행정학)는 "지방의원 출마자 중에는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사익을 챙기는 자리나 정계 진출 발판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출발부터 꼬이다 보니 부적절한 처신으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안 교수는 "정치권은 유불리를 떠나 부작용이 많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검토를 포함해 제도적 개선에 나서야 하며, 유권자들도 이미지나 인지도에 따른 투표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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